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의 ′서울시 공동운영′을 비판한 데 대해 날을 세웠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야권 서울시장 후보들이 일제히 ‘연립정부’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새로운 단일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모호한 개념인데다가 후보들 간 접근법도 다른 상황에서 논의가 활발해 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연립정부’에 대해 적극 옹호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전날(14일) 브리핑에서 “선거 전부터 누가 돼도 함께 나눠 먹자고 약속하는 모습이 시민들 보기 부끄럽고 민망하다”고 비난하자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안 대표는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며 “연립지방정부 구성안은 야권의 힘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절단 내고 자기들끼리 해 먹느라 배가 부르다 못해 배 터지는 소리를 하고 있는 여당은 비난할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연립정부’는 지난해 12월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꺼내 들었다. 야권이 힘을 합쳐 새로운 시정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당시 단일화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첨예한 상황에서 사실상 주도권 싸움의 일환으로 해석됐다.

수면 아래에 있던 논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이 공감하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투 트랙 경선 등 야권 단일화 교통정리가 이뤄진 만큼 이번에는 무게감도 다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시 공동운영 제안은) 유권자들 입장에서 보면 한번 기대해 볼 만하다”고 했다. 나 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단일화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기본 과제”라고 동조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도 이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야권 후보들이 앞다퉈 서울시 연립정부에 목소리를 높이며 주도권 싸움 조짐도 보이고 있지만, 알맹이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군불로만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 실현 가능성은 ′글쎄′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연립정부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사실상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본경선이 100% 여론조사로 치러지는 만큼, 국민의힘 후보들은 모두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방법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마찬가지로 보수 지지층을 끌어 안아야 하는 안 대표 역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은 다소 낮아 보인다. 겉으로는 통합이라는 대전제에 공감하고 있지만, 후보마다 각기 다른 구상을 내놓으면서 밀착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이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이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용어에서부터 그 차이가 드러난다. 오 전 시장이 ‘서울시 공동운영’이라고 언급을 한 데 대해 국민의당은 즉각 선을 그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공동 운영한다는 용어 자체는 잘못 선택된 용어”라며 “정책과 공약에 기반한 공동 시정에 대한 계획을 미리 밝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런가 하면 나 전 의원은 이보다 더 큰 개념인 ‘자유주의 상식 연합’을 꺼내 들었다.

당 차원의 공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동으로 시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당과 당 사이의 정책·비전 등 논의가 선행돼야 하지만, 개별 후보들이 먼저 나서 화두를 던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당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연립정부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서울시에 연립정부라는 게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라고 일축했다. 

단지 단일화의 부정적 이미지를 호도하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연립정부라는 것은 당과 당의 만남인데 당은 가만히 있는데 후보끼리 이를 언급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연립정부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으면서 ′단일화′라는 워딩을 ′연립정부′로 바꿔 불리한 여론을 물타기 하려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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