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에 대해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SK네트웍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SK가(家)의 맏형 격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이 구속 위기에 내몰렸다. 검찰이 최 회장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포착해 고강도 수사에 본격 착수한 지 넉달 만에 그를 상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회장이 구속될 경우 회사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최 회장이 그간 쌓아온 ‘바른 경영인’ 이미지에도 치명상이 가해질 전망이다.  

◇ 비자금 조성 혐의… 압수수색 넉달 만 구속 위기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최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정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최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은 SK텔레시스, SKC, SK네트웍스 등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횡령 및 배임 액수는 1,00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회삿돈을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울러 법인 자금 일부가 해외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검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2018년 SK네트웍스 등과 관련한 20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수사를 의뢰함에 따라 수사를 벌여왔다. 당초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서 계좌추적 등을 통해 먼저 내사를 진행했으며, 지난해 반부패수사1부로 사건이 재배당된 후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 본사와 최 회장의 자택 등 10곳을 압수수색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7일에는 최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고강도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소환조사를 벌인 지 40여일 만에 구속영장 청구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지자 재계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 경영 입지·대외 명성에 치명상 입나  

최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형이자 SK그룹을 창업한 고(故) 최종건 선경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범 SK가의 맏형 격인 인물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0년부터 15년 동안 SKC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았다. 이후 SKC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가 2016년 3월 SK네트웍스 대표이사 회장으로 복귀했다. 

SK네트웍스는 SK그룹의 모태 격 회사로 1953년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가 세운 선경직물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현재 SK네트웍스는 SK그룹 산하의 계열사다. 다만 재계에선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를 사실상 독립 경영해오고 있다고 평가해왔다. 일각에선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의 계열분리를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그의 경영 입지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그간 쌓아온 ‘바른 기업인’ 명성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재계 인사로 명성을 떨쳐온 인사다. 경영 활동 과정에서 큰 잡음이 없었던 데다 왕성한 기부활동으로 귀감을 사왔다. 그는 27년간 사재를 털어 총 132억원을 기부하면서 ‘기부왕’이라는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기부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에는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구속기로에 놓이면서 그간 쌓아온 명성이 한 번에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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