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대형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LG에너지솔루션이 대형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이 경쟁사 SK이노베이션과 미국에서 벌여온 첨예한 소송을 사실상 승리로 장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결과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전기차 배터리 화재사고 속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승소하고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

코로나19로 어수선했던 이번 설 명절, LG에너지솔루션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승소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4월 제기한 소송을 2년여 만에 승리로 마무리 짓게 됐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일부 유예기간을 제외하고 향후 10년간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졌다. 당장 미국 내 공장가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향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놓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SK이노베이션이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방법은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의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하나의 방법이긴 하지만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셈이다. 합의 시에는 막대한 보상금을 거머쥘 수 있고, 합의가 무산될 경우에도 상당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마냥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달갑지 않은 소식들 또한 끊이지 않으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는 전기차 코나EV에 대해 전량 배터리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코나EV 화재사고는 2018년 5월 울산공장에서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7건이 발생하는 등 누적 화재사고가 15건에 달한다. 지난해 10월부터 리콜에 돌입했으나 화재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화재사고 차량은 리콜을 받은 상태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15일엔 현대차의 전기버스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으나, 배터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배터리 셀을 화재 원인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문제는 해당 차량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장착됐다는 점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도 책임 및 후폭풍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배터리 전량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의 책임 및 비용 분배 문제도 화두로 떠오른 상태다. 배터리 전량 교체가 단행될 경우, 대상 차량 규모는 7만7,000여대에 달하며 비용은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안전성 문제에 휩싸인 LG에너지솔루션은 이 같은 상황이 꽤나 난처할 것으로 보인다. 화재원인이 배터리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책임 및 비용을 분담할 경우, 신뢰는 물론 향후 영업활동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뿐 아니라 부담스러운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를 부인할 경우에도 논란과 불신을 오히려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는 복잡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코나EV 화재사고 문제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뒷수습 자금 충당을 위해 SK이노베이션의 제안을 어느 정도 선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 같은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이후 입장문을 통해 묘한 신경전을 드러내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사 배터리는 지난 10년 이상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 공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정성 문제가 일어난 적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배터리‘”라며 “남은 절차를 통해 이번 ITC 결정이 미국의 관련 산업 생태계 발전 및 전기차 소비자 안전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형 호재와 악재를 동시에 마주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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