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학폭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흥국생명이 학폭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이 여자배구단을 덮친 ‘학폭(학교폭력)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가뜩이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일탈 행위가 재차 드러난 시점에 추가적인 이미지 실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최악의 결과로 돌아오게 됐다는 점이 뼈아프다.

흥국생명은 최근 여자 프로배구단에서 불거진 학폭 파문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 여자배구계의 간판스타인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로부터 학폭 피해를 당했다는 폭로가 이어진 것이다.

두 선수는 이 같은 문제를 인정하며 사과했고, 흥국생명 구단 및 협회 차원의 중징계가 내려졌으나 후폭풍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흥국생명 구단은 일련의 과정에서 다소 부적절한 대응으로 논란을 키웠다. 사태 초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두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흥국생명 구단의 이러한 대응은 피해자들의 더 큰 분노와 추가 폭로로 이어지며 사태를 더욱 확산시켰다.

이는 당사자인 두 선수와 구단 뿐 아니라 흥국생명의 기업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신뢰가 중요한 보험사로선 치명적인 타격이다. 더욱이 흥국생명이 속한 태광그룹은 최근 이호진 전 회장이 위장 계열사 은폐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는 등 뒤숭숭한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여론이 좋지 않은 시기에 학폭 파문까지 겹친 것이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가 이미지 실추로 돌아왔다는 점은 흥국생명을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흥국생명 여자배구단은 2020-21시즌을 앞두고 압도적 전력을 구축했다. 기존 선수였던 이재영과 재계약을 맺고 그의 쌍둥이 자매인 이다영을 FA로 영입했으며, 해외에서 활동하던 김연경까지 품었다. 흥국생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은 돈 쓰고 이미지를 깎아먹은 상황이 됐다. 

당장의 성적과 향후 전력 재정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흥국생명은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나 최근 4연패에 빠졌다. 핵심전력인 이재영과 이다영이 빠지고 팀 분위기 또한 침체되면서 남은 일정이 무척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과 이다영의 복귀 여부 및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가운데, 전력을 다시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한 좋은 성적, 그리고 그에 따른 기업이미지 제고를 기대했던 흥국생명이 악몽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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