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ICT)기술 발전으로 자동차에도 인공지능(AI), 전장화 기술 등이 장착되면서 운전자들에게 전달해야할 정보량이 늘고, 품질 또한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Shutterstock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정보통신(ICT)기술 발전으로 자동차에도 인공지능(AI), 전장화 기술 등이 장착되면서 대시보드를 구성하는 신형 차량용 디스플레이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탑승자에게 전달해야 할 정보량이 늘고, 그 품질 또한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디스플레이시장은 지난 2016년 60억달러(한화 6조6,228억원) 규모였으나, 2019년 기준 82억달러(한화 9조511억원)로 성장했으며, 오는 2023년엔 105억 달러(한화 11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트렌드는 ‘대형화·터치스크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대형화’다. 지난달 옴디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인치 이상의 대형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는 최대 3억5,500만대가 출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대형 모델인 12.3인치가 점유율 32.7%를 차지하며 가장 높았다.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20.1%의 점유율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양재원 연구원도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기기 및 네트워크 발전에 힘입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확대, 전장화·전동화와 관련된 자동차 상태정보 표시와 관련하여 디스플레이 역할이 증대하고 있다”며 “전체 차량 디스플레이 중 10인치 이상 사이즈의 디스플레이 비중은 2017년 16.8%에서 2019년 36.2%, 2025년에 48.2%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디스플레이 패널의 ‘고급화’ 역시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에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터치스크린 기능이 적용된 디스플레이가 디자인과 편의성에서 주목받는다. 기존에 수많은 버튼으로 구성된 복잡한 센터페시아(자동차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해 내비게이션, 에어컨, 오디오 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를 매끈한 디스플레이 패널 하나만으로 대체할 수 있어 디자인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다.

일본의 후지경제 연구소도 2018년 보고서를 통해 “정전식 터치패널인 CID(차량용 정보안내 디스플레이)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며, 오는 2022년에는 국제 시장규모가 약 2,090억엔(한화 2조1,832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양재원 연구원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온라인 컨텐츠 확대와 자율주행 발전에 따라 지속 성장 전망된다”며 “향후 비대면 서비스·다양한 온라인 컨텐츠 확대와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차량 내 다양한 활동이 많아져 정보 표시를 위한 디스플레이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운전자 안전에 대한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대한 안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은 터치스크린이 오작동으로 국 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리콜 조치 요구를 받은 테슬라의 모델S./ 뉴시스

◇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능도 좋지만 운전자 안전도 고려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차세대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안전성’ 부문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급화된 디스플레이로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운전자의 직관성이 떨어뜨려 긴급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IT분야 전문가들은 터치스크린 기능이 장착된 차랑용 디스플레이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운전자들은 안전을 위해 주행 중 집중력이 분산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터치스크린에서 화면이 여러번 눌리는 ‘고스트 터치’ 등의 오류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9 미 해군은 최신 함정에 도입했었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 조작 장치를 버튼식 아날로그 형식으로 다시 변경한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2017년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과 충돌해 해군 10명이 사망하는 사고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해군 측 조사에 따르면 사고요인은 복잡한 터치스크린 조작 및 인터페이스 혼동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의 안전 우려는 자동차 업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엔 미국 교통안전국(NHTSA)도 테슬라 측에 모델S,X의 미디어 컨트롤 유닛(MCU) 결함이 터치스크린이 오작동으로 이어져 사고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13만5,000대의 리콜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글로벌 IT리서치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최근 폭스바겐에서 2020년 출시한 골프 VIII모델의 터치스크린 역시 운전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A 크리스 슈라이너 신디케이트 리서치 디렉터는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폭스바겐의 골프VIII용 스크린 기반 이포테인먼트는 에어컨 및 서리 제거장치와 같은 필수 기능을 숨기거나 조종석의 익숙치 않은 곳에 배치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디자인 선택”이라며 “이는 최악의 경우 운전 중 안전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독일 법원이 테슬라의 터치스크린 방식의 와이퍼 조종 장치를 ‘(집중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자 장치’라는 판결을 내린 점을 감안할 때, 폭스바겐 등 서구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주요 운전 기능이 포함된 터치스크린 컨트롤 디자인을 재고해야 하며, 기능보단 형식을 중시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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