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불법 사찰 문건을 공개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에서 ‘불법 사찰’ 공방이 가열화 되고 있는 가운데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인천 남동구청장시절 사찰 피해 문건을 공개했다. 배 의원은 피해 지자체장들과 함께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배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동구청장 시절 사찰 관련 자료를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했다”며 “받아 본 사찰 문건의 내용은 저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세세하고 악의적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배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야권 광역단체장 8명, 기초단체장 24명의 동향을 살핀 문건을 작성했다. 문건에는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조사’라는 제목이 붙었다. 배 의원은 “문건 제목부터가 이명박 정부에 순종적이지 않으면 국정 운영을 저해한다고 보는 반민주적 의식”이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보수단체의 지원 의도적 축소‧배제’, ‘종북‧좌파 인물 주요 보직 중용’ 등 내용이 적혀있다. ‘좌파강사를 동원한 강연회 및 특강으로 지역사회 종북 의식 주입’했다고도 나와 있다.

특히 구청장 시절 배 의원이 ‘부모스쿨’을 운영하면서 강사진에 전교조‧민주노총 출신을 배치했고, 지역 학부모를 대상으로 강좌를 개설해 종북 좌파 논리를 전파했다는 내용이 예시로 거론됐다. 당시 개설된 강좌 프로그램의 제목은 ▲21세기 학교 새로운 비전 ‘배움의 공동체’ ▲핀란드 교육을 통해서 본 우리 교육 과제 등이다.

이에 배 의원은 “이 강좌는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후보로서 내세운 혁신학교 추진 공약의 일환”이라며 “성적 올리고 좋은 대학 가는 게 최고라고 말하면 건전한 논리고 좀 더 나아지기 위해 생각을 바꿔보고 외국 사례를 공부하면 종북 논리가 된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당 문건에는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야권 지자체장 국익‧정책 엇박자 행보 적극 견제‧차단’, ‘시‧도당 지방의회 행정사무 감사 및 현안 질의 시 지자체장의 국정 비협조 사례 집중 추구’ 등 내용도 적혀 있다.

배 의원은 “이런 사찰과 왜곡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나 벌어질 일″이라며 ″사찰 문건에 쓰인 표현과 인식을 보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정신이 냉전 시대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는 사실상 블랙리스트 작성″이라고 못 박았다.

문건 작성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이 문건 작성자는 직권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24명의 기초지자체장, 8명의 광역지자체장, 그리고 문건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전날(18일) 논평을 통해 “불법 흥신소도 하지 않을 짓을 벌인 것”이라며 “헌법정신을 지키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불법사찰 진상규명에 모든 정당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국정원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문건 일부 /배진교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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