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3지대 경선 토론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일제히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의 제3지대 경선 후보 토론회 이후 정치권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토론 약체로 평가됐던 안 대표가 나름의 선방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여당에선 불편한 심기가 새어 나오는 모양새다.

19일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의 토론 실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전날(18일) 토론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지난 대선 때 토론하는 것을 보고 안초딩이라고 놀렸던 것을 정중히 사과한다”며 “결단력도 돋보이고 압축된 언어 사용능력은 대단한 진전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을 앞두고 안 대표에게 ‘토론 트라우마’ 이미지가 계속 덧씌워졌다. 2017년 대선 토론에서 안 대표가 언급한 ‘갑(甲)철수’, ‘MB 아바타’ 등의 발언이 끊임없이 회자됐기 때문이다. 실무협상 과정에서 금 전 의원과 토론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의구심은 더욱 확산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이 물어보는 사안에 대해 자유자재로 답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한다”며 안 대표를 겨냥했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안 대표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지키면서도 진정성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안 대표나 금 전 의원이나 자기 장점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진정성을 보여줬다”며 “안 대표는 안철수다움을 잃지 않으면서 나름 많이 성숙해졌다”고 평가했다.

친여권 내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새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이철희 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서 “안 대표가 과거의 토론에 비하면 안정감이 있었다”며 “금 전 의원보다 안 대표가 더 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 대표 역시 토론회에 대해 만족하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많은 분들이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격려, 성원의 말씀들을 해주셨다”며 “(토론을 못 한다는) 일방적인 선입견을 만들어 퍼뜨리는 것은 현 정부 극성 지지자들”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의 가장 위협적인 후보라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뉴시스 

◇ 민주당, 안철수 때리기 집중

당장 안 대표의 ‘선방’에 민주당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당은 일제히 안 대표를 평가절하하고 금 전 의원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 유력 주자인 안 대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곧 여당의 위협인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10년 동안 정치력과 실력의 진보가 없는 퇴물 같은 느낌만 잔뜩 심어줬다”며 “안철수는 TV 토론을 할 때마다 3%씩 지지율을 까먹는 일이 반복될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10년째 뜬구름만 잡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거들었다.

안 대표가 토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베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아냥이 나왔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 취임사 문구는 원래 2012년 9월 16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 때 이미 했던 말”이라며 “이쯤 되면 좋은 것은 모두 안동설(세상이 안철수 중심으로 돈다는 뜻)의 주제로 삼겠다는 놀부심보가 아니겠는가”라고 힐난했다.

안 대표가 여전히 여권에 ‘위협적’이라는 점은 지지율로도 나타난다. 한길리서치가 MBN의 의뢰로 지난 15~16일 양일간 실시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가상 양자 대결 결과에 따르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39.3%)과 안 대표(39.4%)가 박빙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으로서는 안 대표에게 쏠리는 분위기를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셈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이번 토론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여권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은 여전히 약점으로 꼽힌다. 정치권 안팎에서 ‘긴장한 모습’, ‘흔들리는 눈동자’ 등의 지적이 새어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대표의 토론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에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토론에서 안 대표가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인 셈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안 대표의 스타일상) 토론의 제왕이 될 순 없다”며 “자기 스탠스대로 걸어가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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