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국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판씨네마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국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판씨네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가 국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희망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특별한 여정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은 물론, 따뜻한 위로를 전할 전망이다.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란단다.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낯선 미국, 아칸소로 떠나온 한국 가족. 가족들에게 뭔가 해내는 걸 보여주고 싶은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 분)은 자신만의 농장을 가꾸기 시작하고, 엄마 모니카(한예리 분)도 다시 일자리를 찾는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 분)가 함께 살기로 하고 가방 가득 고춧가루, 멸치, 한약 그리고 미나리씨를 담은 할머니가 도착한다. 의젓한 큰딸 앤(노엘 케이트 조 분)과 장난꾸러기 막내아들 데이빗(앨런 김 분)은 여느 ‘그랜마’ 같지 않은 할머니가 영 못마땅하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따라 미 아칸소주의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데뷔작 ‘문유랑가보’(2007)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미국명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영화라는 틀 안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미나리’. /판씨네마
미국영화 틀 안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낸 ‘미나리’. /판씨네마

영화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이라는 소재를 담담하면서도 보편적으로 그려내 공감대를 자아낸다. 특히 미국 영화사가 제작하고,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미나리’는 ‘할리우드 영화’라는 틀 안에 ‘한국적인 정서’를 이질감 없이 녹여내 보다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국어 대사는 물론이고, 한식으로 채워진 가족의 식탁, 아버지의 새로운 시작이자 꿈인 한국 채소, 외할머니가 갖고 온 화투, 서랍장과 세숫대야 등 80년대 한국의 평범한 가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가족을 위해 농장에 모든 것을 바치는 아빠, 어려운 살림 속 아이들을 위해 강해져야만 하는 생활력 강한 엄마, 짓궂은 손주의 장난에도 사랑으로 품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는 우리네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미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임에도, 충분히 이해가 되고 공감 가는 이유다.

낯선 나라에서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를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때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먹먹한 여운을 주기도 한다. 특히 할머니 순자와 장난꾸러기 손자 데이빗이 이뤄내는 묘한 화음은 영화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거친 말투에 가족의 평화를 휘젓고, 쿠키조차 굽지 못하는 순자와 그를 못마땅해 하는 데이빗의 귀여운 갈등이 웃음을 안긴다. 또 그런 데이빗이 순자를 통해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는 모습에선 뭉클한 감동을 준다.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돋보인 ‘미나리’. /판씨네마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돋보인 ‘미나리’. /판씨네마

그리고 이들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는 항상 평화로울 수 없고, 늘 행복만이 있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고 살아가는 힘이 돼주는 존재는 가족이라고 말한다. 함께 있다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미나리’는 ‘가족 간의 사랑’이자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상징하며 의미를 더한다.

팀 ‘미나리’의 앙상블도 좋다. 환상적인 연기 호흡으로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가족을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아빠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과 엄마 모니카로 분한 한예리는 현실적인 연기로 극의 몰입을 높이고, 큰딸 앤을 연기한 노엘 케이트 조도 안정적인 연기로 제 몫을 해낸다. 할머니 순자 역의 윤여정과 데이빗을 연기한 앨런 김은 원더풀, 원더풀이다.

연출자 정이삭 감독은 “‘미나리’는 단순히 나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며 “자식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걸었던 세상 모든 부모를 향한 러브레터”라고 말했다. 러닝타임 115분, 오는 3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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