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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박하선의 터닝포인트
2021. 02. 2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박하선이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으로 관객 앞에 선다. /리틀빅픽처스
배우 박하선이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으로 관객 앞에 선다.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하선이 영화 ‘고백’(감독 서은영)으로 관객 앞에 선다. 청순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아온 그는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들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사회복지사 오순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박하선의 재발견이다.

‘고백’은 7일간 국민 성금 1,000원씩 1억원을 요구하는 유괴사건이 일어난 날 사라진 아이, 그 아이를 학대한 부모에게 분노한 사회 복지사, 사회복지사를 의심하는 경찰, 나타난 아이의 용기 있는 고백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2016년 데뷔작 ‘초인’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서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극 중 오순은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았던 아픔을 딛고 아동복지사가 되어 학대아동을 돕는 인물. 박하선은 어른들의 불의를 참지 못하는 캐릭터에 완전히 동화돼 강렬한 열연을 펼친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진정성까지 더해져 묵직한 울림을 선사, 호평을 얻고 있다. 이러한 열연으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부문 배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하선은 2005년 SBS 드라마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로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왕과 나’(2007~08), ‘멈출 수 없어’(2009~10), ‘동이’(2010) 등과 영화 ‘아파트’(2006), ‘바보’(2008). ‘주문진’(2010)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건 2012년 종영한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서다. 단아한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던 박하선은 해당 작품을 통해 특유의 사랑스러운 모습과 코믹한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고,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2013), ‘쓰리 데이즈’(2014), ‘유혹’(2014), ‘혼술남녀’(2016) 등과 영화 ‘영도다리’(2010),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 ‘음치 클리닉’(2012)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열 일’을 이어오던 그는 2017년 배우 류수영과 결혼, 출산으로 인해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다.

이후 2019년 방영된 드라마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복귀한 박하선은 ‘산후조리원’(2020), ‘며느라기’(2020) 등 드라마는 물론, 예능프로그램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박하선의 씨네타운’ 라디오 DJ까지 무대를 불문하고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고백’으로 스크린에 컴백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고백’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박하선. /리틀빅픽처스
‘고백’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 박하선. /리틀빅픽처스

최근 화상 인터뷰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박하선은 “배우로서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작품”이라며 ‘고백’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으로 자신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힌 그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내 영화를 보고 우는 게 드문데, 펑펑 울었다. 뭉클하고 좋았다. 연기적으로는 부족한 모습도 보였다. 오랫동안 굶다 연기를 해서 모든 걸 쏟아부은 느낌으로 연기를 시원하게 하고 왔는데, 스크린으로 보니 부족한 게 너무 많이 보이더라. 아직 멀었구나 싶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영화적으로는 큰 울림이 있고, 마음을 울리는 작품이었다. 그 안의 메시지가 관객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

-작품을 택한 이유는.
“출산 후 첫 복귀작이었다. 드라마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보다 먼저 찍게 된 작품이었다. 그래서 가뭄의 단비 같았다. 하고 싶을 때 들어온 작품이라, 그 자체로 감사했다. 또 시나리오를 봤는데 마지막 부분이 좋더라. 말미 ‘고백’ 이렇게 글자가 쓰여있는데 큰 울림을 받았고, 스크린에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도 그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아이만 보고 집에만 있을 때라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상태였는데,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아이를 낳은 경험이 없었다면 찾지 않았을 것 같다고 하더라. 아이에 대한 감성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눈물이 났다. 개인적으로 큰 경험을 했는데, 그 경험을 좋게 생각해 주는 제작진이 있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오순은 어릴 적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이었다. 어떻게 접근했는지.
“인간은 누구나 어렸을 때 상처나 기억, 환경에 굉장한 영향을 받는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 받은 상처 때문에 오랫동안 방황했다. 사춘기 없이 지내다 20대 중반에 터져버렸다. 아버지가 엄했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자랐는데 그게 답답했던 것 같다. 뒤늦게 부모님과 다퉜는데, 그때 부모님이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런데 언제까지 거기 갇혀있을 거냐고 하더라. 그때, ‘아… 부모님도 변하고 나도 변했는데, 내가 어릴 적 상처에 갇혀 살고 있구나’ 싶더라. 그렇게 극복을 했었다. 그런데 오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이미 극복한 상처, 부모님을 향한 미움을 다시 끌어와야 하는 게 힘들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는 게… 그것 말곤 (오순을 연기하면서) 행복했다.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재밌었고, 이런 캐릭터를 내게 맡겨준다는 것도 좋았다.”

박하선이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리틀빅픽처스
박하선이 진정성 있는 열연으로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리틀빅픽처스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
“오순처럼 보이고 싶었다. 예쁘게 보이는 건 배제를 하고, 오순으로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다. 아무래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라는 인상 깊은 작품을 해서, 표정을 과하게 하거나 우는 연기를 할 때 방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 또 감정이 너무 보이면 자극적인 영화가 되지 않겠나. 그래서 최대한 배제하고 없애기도 하면서 조절해나갔다. 감독님과 서로 소통하면서 만들어나갔던 것 같다.” 

-무거운 소재를 다뤘음에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서은영 감독의 작업 스타일은 어땠나.
“나 역시 너무 자극적이고 피해자를 폭력적으로 그려낸 영화를 잘 못 본다. 그래서 이 작품이 좋았다.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촬영하면서도 서은영 감독이 아역배우를 굉장히 배려하면서 찍었다. 보라를 연기한 감소현 양이 굉장히 순수하고 밝은데, 끝까지 그 모습을 잃지 않게 해줬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지나가다 보라를 바라본다’라는 간단한 신이었는데, 서은영 감독이 오케이를 안 해주는 거다. 금방 넘어가는 신인데 왜 오케이를 안 하지 싶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쉬운 신이라고 쉽게 하고 있었나 싶은 거다. 그래서 이 장면이 무슨 신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집중해서 했더니 오케이 사인이 났다. 서은영 감독이 보는 눈이 정확히 있는 분이구나 싶으면서 완전히 믿게 됐다. 오래 일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게 있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 그걸 깨게 해줬다. 완전히 믿음이 가는 감독이었다.”

-정인이 사건 등 최근 아동 이슈와 맞물려 주목을 받고 있는데, 아동학대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작품을 통해 더 깊게 생각한 지점이 있다면.
“달라진 게 없어서 속상하다. 이 작품을 2018년 여름에 찍었다. 그때도 꾸준한 이슈가 있었다. 영화를 통해 이슈가 되고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변화하면서도 결국 또 정인이 사건이 터지는 걸 보면서 무기력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복잡한 마음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 관련 뉴스가 더 눈에 들어오고 남일 같지 않은 마음이 든다. 기사를 세세하게 보면 자꾸 생각이 나고 무섭기도 해서 잘 못 보는 편인데, 확실히 더 공감이 되는 것 같다. 우리 영화는 보기에 불편한 영화는 아니다. 그럼에도 많이 봐달라는 말보다 사회적 제도나 시선이 바뀌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어른,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적어도 아이는 때리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출산 전에는 막연히 엉덩이 정도는 때릴 수 있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낳고 보니 살이 너무 여리고 대체 때릴 때가 어딨다고 싶더라. 좋은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장단점이 있고, 멀리서 봤을 땐 좋은 사람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면 이상한 사람도 많고, 모두 이중적이지 않나. 하지만 어른이고 부모라면, 약자 특히 아이들에게 폭력은 행사하면 안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하선. /리틀빅픽처스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박하선. /리틀빅픽처스

-‘산후조리원’부터 ‘며늘아기’, ‘고백’까지 가족에 대해 다룬 작품을 연이어 택하고 있다. 결혼이 영향을 미쳤을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나한테 제안이 들어오는 작품의 결이 바뀐 것도 있는 것 같고, 내가 공감하는 작품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같다. (작품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생각도 든다. (결혼‧육아로 인해) 어떻게 보면 좁아질 수 있었는데, 오히려 넓어진 것 같다. 기혼, 미혼 따지지 않는 장르물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장르 가리지 않고 더 다양하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공백기 후 드라마부터 영화, 예능, 라디오 DJ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뿌듯함도 있을 것 같은데.
“여성 팬들이 많이 공감해 주고, 기혼자들도 공감을 해주셔서 뿌듯하고 좋다. 워킹맘들의 응원도 많이 받고 있다. ‘산후조리원’도 그렇고 ‘며늘아기’도 그렇고 반응이 좋아서 감사할 따름이다. 이 영화도 인터뷰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 뉴스에서도 불러주고 관심을 주셔서 감사하다. 운이 좋은 것도 있는 것 같고, 재작년에 힘든 일이 겹쳐서 왔는데 그것에 대한 보상 같기도 하다. 사실 무섭기도 하다. 호사다마라고 하지 않나. 좋은 일 있으면 안 좋은 일도 있는 게 사람 일이라 이럴 때일수록 얌전히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남편 류수영이 출산 후 복귀에 대해 큰 힘을 실어줬을 것 같은데.
“일이 있으면 서로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직업이라 서로 응원한다. 양가에서도 많이 도와주신다. 일은 때가 있는 거라고, 젊을 때 일하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고 큰 도움이 된다. 오빠(류수영)가 배우로서 되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한 번은 ‘왜 그렇게 잘해?’라고 물었었는데, 대본을 천 번을 봤다고 하더라. 정말 밤을 새워서 대본을 보더라. 그래서 나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밤마다 잠을 포기하고 대본을 봤더니 확실히 다르더라. 많이 배웠다.”

-‘고백’은 배우 박하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나는 한국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보는 것도, 찍는 것도 좋다. 독립영화 ‘영도다리’(2010)를 찍은 적이 있는데, 그 작품을 좋게 봐주신 분들이 계신다. ‘고백’도 그런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터닝포인트가 되는. ‘박하선이 저런 모습이 있네, 저런 것도 할 수 있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역할을 하고 보여드리고 싶다. 그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