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화웨이는 신제품 '메이트X2'를 선보이며 폴더블폰 세계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스마트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폴더블폰’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약 280만대로 추정된다. 올해는 이보다 2배 이상 성장하고, 2022년부터 본격적인 대중화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폴더블폰의 인기가 급증함에 따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폴더블폰 기술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화웨이가 신형 폴더블폰 ‘메이트X2’를 앞세워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스마트폰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인폴딩’ 택한 화웨이, “삼성 폴더블폰보다 디스플레이 크고 좋다”

화웨이의 차세대 폴더블 스마트폰 메이트X2는 지난 22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주최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1에서 공개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화웨이는 기존에 고집했던 ‘아웃폴딩(밖으로 접는 방식)’에서 ‘인폴딩(안으로 접는 방식)’으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화웨이는 삼성전자가 채택했던 인폴딩보다 아웃폴딩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에 인폴딩을 채택함으로써 사실상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 시리즈’와 정면승부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이번 신제품에서 그동안 고집했던 아웃폴딩 방식을 버리고 인폴딩 방식을 채택한 이유를 ‘내구성’이라고 보고 있다. 아웃폴딩의 경우, 제작 방식이 인폴딩보다 쉽고 단가 역시 저렴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의 접히는 부분이 노출되는 만큼 외부 충격에 손상을 입기 쉽고, 펼쳤을 때 우는 자국(주름)도 인폴딩 방식보다 심하다.

지난 22일 개최된 MWC2021 행사에서 메이트X2를 소개하고 있는 화웨이 리처드 유 CEO(사진 위쪽). 이날 리처드 유 CEO는  “경쟁사 모델은 7.6인치의 화면에 가로폭이 120.4mm에 불과하지만, 화웨이의 메이트X2는 8인치의 화면에 가로폭도 135.3mm로 더 크다”라고 삼성전자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사진=화웨이 온라인 행사 캡처

인폴딩 방식을 채택함에 따라 화웨이의 메이트X2는 전작들과 달리 디자인면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폴드2’와 매우 유사해졌다. 지난 2019년 4월 화웨이 리처드 유 CEO는 미국의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화웨이의 디자인을 모방하는 데는 적어도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비판했던 것과 정 반대로 화웨이가 삼성전자의 디자인을 모방하게 된 셈이다.

다만 디스플레이의 ‘크기’ 면에선 화웨이의 메이트X2가 조금 앞선다고 볼 수 있다. 갤럭시Z폴드2의 경우, 6.2인치(접었을 때)의 커버 디스플레이와 7.6인치의 메인디스플레이(펼쳤을 때)를 장착하고 있다. 6.45인치의 커버 디스플레이와 8인치의 메인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메이트X2가 확실히 큰 화면을 제공한다.

화웨이 측도 이 부분을 노골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리처드 유 CEO는 MWC 2021 행사에서 메이트X2를 소개하면서 “경쟁사 모델(갤럭시Z폴드2)는 7.6인치의 화면에 가로폭이 120.4mm에 불과하지만, 화웨이의 메이트X2는 8인치의 화면에 가로폭도 135.3mm로 더 크다”며 “외부화면도 더 크고 베젤도 얇다. 메이트X2의 화면비는 폴더블폰의 황금 비율”이라고 삼성전자를 저격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운영체제의 접근성 부족,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로 인해 화웨이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선 아직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오는 7월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Z폴드3의 예상 모습./ 사진=뉴시스, 렛츠고디지털

◇ 스마트폰 업계, “화웨이가 삼성 폴더블폰 따라잡으려면 한참 남아”

화웨이 공식 판매처 브이몰의 집계에 따르면 메이트X2는 예약구매자는 300만명에 육박하는 등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작 메이트Xs가 출시 당시 예약 구매량이 100만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비하면 3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업계와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메이트X2가 삼성전자를 ‘폴더블폰 왕좌’에선 끌어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중국에서만 출시되는 메이트X2의 경우, 자체 개발 OS인 ‘홍멍 2.0’가 탑재됐고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가 지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트래픽 분석웹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19년 8월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은 안드로이드OS가 약 76%에 달했다. 나머지 22%도 애플의 iOS가 차지해 사실상 타사 OS들은 설 곳이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메이트X2가 세계 폴더블폰 시장으로 무대를 확장할 시 접근성면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화웨이 측에서 현재 디스플레이 기술면에서 삼성전자를 앞섰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신제품 출시 간격 간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상대적으로 구모델인 갤럭시Z폴드2보다 메이트X2의 디스플레이가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전자에서 오는 7월 갤럭시Z폴드3 등 새로운 폴더블폰을 출시하게 되면 다시 삼성 측이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연구 분야 전문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화웨이 측에서 어떤 식으로 생각할지는 모르겠으나, 폴더블폰 디스플레이의 핵심인 플렉시블(Flexible) OLED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이 확실히 앞서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화웨이와 삼성 디스플레이의 OLED 기술 격차가 약 2년 정도는 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도 “삼성은 핵심 부품인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 수급 측면에서 타사 대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어서 당분간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위는 계속될 것”이라며 “화웨이가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인해 삼성의 내년도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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