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캐릭터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영/ 에스더블유엠피
다채로운 캐릭터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영/ 에스더블유엠피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미스터리한 연극 연출가에서 아들에게 의지하는 엄마 그리고 평강의 유모까지. 마치 카멜레온처럼 드라마 속에 스며든다. 배우 김정영의 활약에 안방극장의 시선이 집중된다.

김정영은 지난해 MBC ‘십시일반’을 통해 데뷔 이래 첫 주연에 도전,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십시일반’은 유명 화가의 수백억 대 재산을 둘러싼 사람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그린 블랙코미디 추리극이다. 그는 극 중 화백 유인호(남문철 분)의 전 부인이자 연극 연출가 지설영 역을 맡았다.

지설영은 고상하고 기품있는 겉모습 속,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김정영은 선과 악을 오가는 입체적인 연기로 캐릭터를 그려내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평소 우아한 모습과 달리, 유인호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 차갑게 돌변하는 모습은 섬뜩함을 자아냈다. 특히 김지혜(오나라 분)와의 팽팽한 신경전은 드라마의 몰입감을 높였다.

‘십시일반’(위)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데 이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짠내나는 연기를 보여준 김정영 / MBC ‘십시일반’,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십시일반’(위)에서 강렬한 연기를 보여준 데 이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짠내나는 연기를 보여준 김정영 / MBC ‘십시일반’,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이어 김정영은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준영(김민재 분)의 엄마로 등장해 열연을 펼쳤다. 준영이 주는 돈에 의지하며 미안해하고 눈치 보는 캐릭터로, 눈빛 하나, 손짓 하나까지 신경 쓴 세밀한 연기로 캐릭터의 ‘짠내’를 더했다. 미안한 엄마의 마음으로 아들과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모습부터 괜히 괜찮은 척 짓는 미소까지 캐릭터와 하나된 모습은 작품에 시청자들이 한층 더 빠져들게 만들었다.

김정영은 최근 KBS2TV ‘달이 뜨는 강’에서 평강(김소현 분)의 유모 공손으로 분해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방송에서 그는 염가진(김소현 분)이 평강공주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핵심 인물로 열연을 펼쳐 존재감을 드러냈다. 죽은 줄 알았던 평강공주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이 나라 태왕의 따님 평강공주십니다”라고 울부짖는 장면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소화한 것. 사극까지 섭렵한 그녀다.

‘달이 뜨는 강’에서 공손 역으로 열연을 펼치는 김정영 / KBS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달이 뜨는 강’에서 공손 역으로 열연을 펼치는 김정영 / KBS2TV ‘달이 뜨는 강’ 방송화면 캡처

김정영은 1995년 극단 ‘한강’을 통해 데뷔, ‘그 섬에서의 생존방식’ ‘12월 이야기’ 등 여러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력을 쌓았다. 이후 2000년 영화 ‘실제상황’을 통해 스크린에 진출했으며, 2012년 JTBC ‘아내의 자격’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무엇보다 그는 ‘아내의 자격’을 통해 안판석 감독 사단에 합류하며 인지도를 높여 나갔다. 안판석 감독 작품인 SBS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한정호(유준상 분)네 가정부 정순 역으로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여 두각을 드러냈으며, MBC ‘봄밤’에서는 유지호(정해인 분)의 친엄마 고숙희 역을 찰떡같이 소화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도 SBS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MBC ‘위대한 유혹자’, tvN ‘아스달 연대기’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했다.

내공 깊은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탁월한 캐릭터 분석력까지 지녔다. 작품과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김정영. ‘명품 신스틸러’ 타이틀이야말로 그녀에게 어울리는 수식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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