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기 영업익, 전년比 10억원↑… R&D 20억원↓, 2년 연속 감소세
오너 3세 이상준, 대표이사 취임 3년… 연이은 신약개발 중단, 성과물은?

현대약품이 라코사마이드 성분의 뇌전증 치료제를 시럽형태로 출시할 예정이다. / 현대약품
현대약품이 지난해 약 50%에 달하는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였지만, 이면에서는 R&D 투자를 축소했다. / 현대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미에로화이바·버물리·마이녹실 등으로 유명한 현대약품이 지난해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현대약품의 지난해(제57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50%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80% 이상 급등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라고 극찬한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비용은 감소했다. 결국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하며 기존 제품의 판매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대약품이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제57기(2019년 12월∼2020년 11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은 △매출 1,329억6,551만원 △영업이익 30억5,287만원 △당기순이익 21억8,706만원 등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제56기) 대비 1.25%(약 17억원) 감소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0억원, 9억7,000만원씩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을 30억원 이상 기록한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만이라 의미가 크다.

그러나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늘어난 수준의 약 2배에 달하는 금액이 축소된 것이다.

현대약품이 지난해 R&D에 투자한 비용은 96억2,079만원으로, 전년 118억원806만원 대비 21억8,7270만원이 줄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도 전년 8.77%에서 7.24%로 줄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약품의 R&D 투자는 최근 3년 사이 서서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2018년(제55기) R&D 투자비용은 135억8,575만원으로 당시 매출의 10.39%에 달했으나, 이후 △2019년 118억원(8.77%) △2020년 96억원(7.24%)로 2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나 2019년 현대약품은 1,346억원의 매출을 올려 창사 최고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R&D 투자는 소홀한 모습이다.

이상준 현대약품 사장
이상준 현대약품 사장

공교롭게 R&D 투자가 감소한 시점은 오너 3세인 이상준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2018년 2월 28일 취임한 이후부터다.

이상준 사장이 대표이사직에 취임하기 직전 3년간 부친 이한구 현대약품 회장과 전문경영인 김영학 현대약품 대표이사 사장 체제에서는 R&D에 투자한 비용 및 매출 대비 비율이 꾸준히 늘었다. 세부적으로 △2015년(제52기) 105억원(매출 9.52%) △2016년 120억원(9.98%) △2017년 140억원(10.76%) 등으로 R&D 투자 비중이 상승했다. 이상준·김영학 공동대표 체제가 된 후부터 R&D 투자가 감소한 셈이다.

앞서 이상준 사장은 지난 2018년 2월 공동대표 취임 당시 “신제품 개발 및 도입을 강화하고, 글로벌 신약 개발도 진행해 성장 주도적 회사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그간 행보는 본인의 발언과는 반대로 경영을 행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상준 사장이 공동대표로 선출된 후 현대약품은 그간 임상을 준비해오던 일부 신약 연구개발을 중단했다.

현대약품 2017년(제54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총 6종의 신약 및 개량신약 개발을 행하고 있었으나, 2018년(제55기) 사업보고서에서는 △담도암 치료제 신약 LINO-1608 △노인성 질환 복합치료제 HDDO-1604 등 2종의 개발이 중단됐다.

담도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LINO-1608 신약은 국내에서 임상1상 및 2a상을 진행했으나 아슬란사에서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시험이 실패로 끝나 과제를 중단했다. 노인성 질환 복합치료제 HDDO-1604는 국내 임상1상을 준비하던 중 돌연 과제를 중단했다.

이어 2018년 8월 공시된 제55기 3분기 보고서에서는 임상3상이 진행 중이던 진해거담제 후보물질 ‘HDDO-1602’의 개발을 돌연 중단했고, 골다공증 복합제 개량신약 ‘HDDO-1614’도 임상1상 진행 중에 개발을 중단했다.

순환기질환 치료제 개량신약 HDDO-1609도 2018년 국내 임상1상 준비를 추진했으나, 임상을 시작도 2019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과제 중단을 통보했다.

신약 개발이 중단된 사유에 대해서는 담도암 치료제를 제외하고 모두 ‘내부 사정에 의해 연구 중단’이라는 설명만 덧붙였다.

그나마 이상준 사장이 취임한 후 일부 신약개발이 진척을 보였으며, 해외 제약사들과 라이센스인 계약을 체결한 점은 유의미한 성과다.

먼저 알츠하이머형 치매치료제 개량신약 BPDO-1603의 다국가 임상3상을 지난 2019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았다. 현재 해당 신약은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 지난해 4월에는 경구용 제2형 당뇨병 치료 신약후보물질 ‘HDNO-1605’의 임상2상 임상시험계획을 미국 FDA로부터 승인 받았다. 임상2상 진행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5월에는 국내 바이오벤처 사이러스 테라퓨틱스와 제2형 당뇨병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하면서 R&D 분야 수익성 확보 가능성을 보였다.

또한, 벨기에 제약사 미트라사와 사전 피임약 에스텔의 라이센스 및 공급 계약, 국내 독점 판권 획득 계약을 2018년 9월 체결했다. 에스텔은 지난 2019년 4분기 글로벌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국내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프랑스 제약사 뉴로클로사와도 지난 2019년 12월 자폐범주성장애 치료제 부메타니드의 독점 라이센스 계약을 맺었다. 부메타니드는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지난해까지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려 현대약품을 이끌던 김영학 사장은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 삼아제약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로써 현대약품은 14년 만에 이상준 사장 단독 대표 체제가 됐다. 이번 단독 대표 체제는 오너 경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상준 사장 입장에서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의미한 결과물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그의 경영능력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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