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해 반대 목소리가 표출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검찰개혁 속도조절’을 놓고 당청이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친문 인사들까지 청와대 편에 서지 않고 ‘속도조절론’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검찰개혁특위를 구성해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검찰에 남아 있는 6대 범죄 수사기능까지 수사청에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수사청 관련 법안을 올해 6월에는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수사청 설치 등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과 엇박자가 노출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라며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두 번째로는 범죄수사 대응 능력,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주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친문계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2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이 청와대 입장이라하더라도 그걸 결정하는 건 법을 통해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그러면 국회와 여당의 입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하게 토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대통령께서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그런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의원들을 설득해서 가는, 저는 지금까지 문재인 대통령께서 국정 운영을 그렇게 해오셨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께서 한 말씀 하시면 일사분란하게 당까지 다 정리돼야 된다, 이게 과거의 권위적인 정치 과정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은 오히려 민주당이 그런 점에서는 훨씬 민주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의원은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았고 21대 국회는 임기가 1년 됐다”며 “그래서 마무리하는 청와대와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국회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개혁특위는 지난 두 달 동안 각 분과별 회의와 전체 회의를 통해서 수사청법 등을 포함한 검찰개혁 입법을 준비했다”며 “만약 여기서 멈추면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일정상 언제 다시 추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잠시 속도를 조절하자는 ‘속도조절론’은 사실상 개혁 포기 선언”이라며 “앞으로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나서서 속도조절론에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추 전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면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법전편찬위원회 엄상섭 위원이 장래에 조만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향으로 나가야 함을 강조했으나 어언 67년이 지나 버렸다”고 지적했다.

추 전 장관은 “이제 와서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면 67년의 허송세월이 부족하다는 것이 돼 버린다”며 “수사청을 설치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면 범죄수사 대응능력과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할 것이란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에 친문 인사들까지 나서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임기 말인 청와대의 힘이 빠지고 있고 이를 레임덕 징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이 ‘속도조절론’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답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유 실장은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검찰 수사권 박탈과 관련해 (속도조절론이) 박범계 장관의 발언 때문에 촉발됐다고 하는데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이냐’고 질의하자 “속도조절 말씀이시냐. 박 장관이 임명장을 받으러 온 날 대통령께서 속도조절을 당부했다”고 답했다.

이에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유 실장에게 “대통령께서 정확한 워딩이 ‘속도 조절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지적하자 유 실장은 “제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확인을 다시 해보겠다”라며 “정확한 워딩은 그게 아니었고 그런 의미의 표현을 하셨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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