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대가 본격화한 가운데 현대제철이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최대 화두는 친환경이다. 산업 전반에 부는 친환경 바람에 발맞춰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는 등 거대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이 완전히 종료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제철은 친환경차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친환경차에 알맞은 기술 및 제품 개발을 통해 패러다임 전환을 앞당기는데 기여할 뿐 아니라, 고부가 시장 선점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 친환경차 시장 선점 나선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지난해 11월부터 체코 오스트라바시 핫스탬핑 공장에서 연간 340만장 규모의 고강도 차량부품소재를 생산해 현대자동차 체코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340만장은 차량 20만대 이상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다. 

현대제철은 2019년부터 완성차 부품 현지화 대응과 글로벌 자동차강판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체코에 핫스탬핑 설비 2기, 블랭킹 설비(정해진 형상으로 코일을 절단하는 설비) 1기 준공에 착수했다. 당초 올 1월부터 생산이 목표였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차질 없이 완공해 생산을 앞당겼다.

핫스탬핑은 950°C의 고온으로 가열된 철강소재를 금형에 넣고 프레스로 성형한 뒤 금형 내에서 급속 냉각시키는 공법이다. 이를 통해 가볍고 인장강도가 높은 초고장력강을 만들 수 있다. 다른 경량화 소재 대비 비용도 저렴하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핫스탬핑 수요는 실제 늘어나는 추세다. 배터리 무게와 전장부품 비율 상승으로 차량 무게가 증가하면서 주행거리 확보를 위한 차량 경량화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핫스탬핑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철은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충남 예산공장에 22기, 울산공장에 2기의 핫스탬핑 라인을 보유해 핫스탬핑 분야에서 국내 최대 사업장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스틸 배터리 케이스 개발도 완료했다. 현대제철은 알루미늄 배터리 케이스와 무게는 비슷하고 원가는 15%가량 낮춘 베터리 케이스를 개발하고 이를 적용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량을 낮추기 위해 초고장력강판을 적용했으며 내연성도 알루미늄보다 높아 안전성도 끌어올렸다. 이를 현대차 차세대 모델에 적용 중이며,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현대제철은 현대차와의 협력 개발을 통한 자동차 부품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차가 공동으로 개발한 ‘TWB 핫스탬핑 차체 부품용 1㎬ 소재’가 대표적이다. 1㎬ 소재는 외부 충돌에 버티는 차량 뼈대 역할을 하는 ‘센터필러’를 만드는 데 쓰인다. ㎬는 재료 강도를 측정하는 단위로, 1㎬는 가로세로 1㎜ 크기 재료가 100㎏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강도로 기존 자동차 외부 판재보다 2~5배 강한 수준이다.

충돌에 대한 안전성과 경량화를 통한 연비 개선을 위해 현대제철은 센터필러 부품에 쓰일 새로운 소재 개발했고 현대차는 관련 부품 설계를 맡았다. 양사가 함께 개발한 TWB 핫스탬핑 차체 부품용 1㎬ 소재를 활용해 자동차 1대에 두 개씩 들어가는 센터필러 부품 무게를 기존 14.1㎏에서 12.9㎏까지 줄였다. 10% 가까이 차체 무게가 줄어들면서 연비도 그만큼 개선됐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재 신제품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매년 연구개발에 1,100억~1,400억원 수준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소재 개발에 대부분을 투자했는데 지난 한 해 개발한 자동차 소재용 신제품은 6건에 달한다. 

또한 현대제철은 전기차 전용 EGMP 플랫폼에 적용되는 특수강 소재에 대해서도 개발 및 생산을 진행 중이다.

엔진, 변속기를 이루는 주요 부품 소재인 특수강의 경우 내연기관 차량 대비 전기차의 대당 소요량이 약 40%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최근 개발된 EGMP 적용 시 모터와 감속기에 적용되는 소요량이 늘어 전체적으로 약 20% 수준의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감속기와 모터 등에 들어가는 부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자동차 판매량이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특수강 소재의 전체 소요량은 현재의 소요량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난해까지 총 266종의 자동차 강종을 개발 완료해 고객 맞춤형 고성능 강종 개발 및 인증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공급 강종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올해 45개의 강종을 추가 개발해 개발강종을 311종까지 늘리며 공급 가능한 자동차 강종 커버리지를 74%까지 높일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H-솔루션 적용을 위해 전기차 콘셉트카를 자체 제작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제철

◇ 기술 앞세운 현대제철, 소통도 ‘적극’

이러한 움직임과 함께 현대제철은 2019년 업계 최초로 자동차 전문 브랜드 H-솔루션(H-SOLUTION)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동차강판 생산은 포스코에 뒤쳐졌지만 자동차 소재 솔루션 브랜드화에는 한 발 빨랐던 것이다.

’H솔루션‘은 자동차 소재와 응용기술을 적용한 고객맞춤형 자동차 솔루션 서비스다. 고장력강과 핫스탬핑 등 현대제철의 소재를 공급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선제적으로 고객사 차량에 최적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단순하게 자동차용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서 고객사들이 차를 친환경적이면서도 가볍고 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게 현대제철의 구상이다. 

특히 현대제철은 이미 2019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업계 최초로 자체 제작한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이는 등 친환경차 솔루션을 위한 준비를 상당 부분 이룬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현대제철은 코로나19 국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총 4차례에 걸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고객사와 비대면 온라인 H솔루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를 통해 고객사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기술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콘퍼런스는 ‘미래 자동차 소재의 전망’, ‘필러와이어 적용 TWB 핫스탬핑 용접기술’ 등 첨단 자동차 소재 및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특히 ’미래 자동차 소재의 전망‘ 세션에서는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발·출시되고 있는 전기차(EV)와 수소전기차(FCEV),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인 플라잉카를 소개하고, 이에 따른 철강사의 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통한 대응전략을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친환경차 소재 시장을 선점하기위해 H-솔루션 전기차 모델에 기반한 선행영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를 통해 전기차의 초고강력강 비중을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며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인 E-GMP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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