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아베스틸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세아베스틸
세아베스틸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세아베스틸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7개 제강사들의 철스크랩 구매 담합 행위를 적발하고 총 3,00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4개 제강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해당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폐기·은닉하고,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등 조사방해 행위를 한 세아베스틸과 소속 직원 3명 역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세아베스틸은 담합 행위로 적발된 7개 제강사엔 포함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해 2017년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한 이후 첫 적용사례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아베스틸 측은 “오해를 살만한 측면은 있었으나, 폐기한 자료는 조사와 무관하고 전산자료 삭제엔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해당 내용을 공정위에 적극 소명했음에도 조사방해 행위에 따른 검찰 고발 조치가 이뤄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향후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담합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고, 이는 공정위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으로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이번 조사방해 행위 적발은 어떻게 이뤄졌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아베스틸이 억울한 이유는 무엇인지 <시사위크>가 짚어본다.

◇ 파쇄한 업무수첩과 업데이트로 삭제된 PC 자료

최근 공정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5월 14일 오전 10시 30분 세아베스틸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하면서 조사개시 공문 및 전산 및 비전산자료 보존 요청서를 제시·교부했다고 밝혔다. 해당 혐의와 관련된 부서 소속 임직원들이 전산 및 비전산 자료를 폐기·삭제·은닉·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고지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해당되는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자재관리팀 부장은 이날 오후 12시 20분쯤 자신의 다이어리와 업무수첩을 문서세단기를 이용해 파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담합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핵심 조사 대상자였다”며 “해당 부장은 같은 부서 직원으로부터 공정위 현장조사 사실을 전달받은 뒤 사내교육 참석을 이유로 조사요청에 응하지 않다가 사무실로 복귀해 자료를 파쇄했다. 이로 인해 해당 다이어리 및 업무수첩에 어떠한 내용이 기재돼있었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지난해 5월 15일 오전 9시 30분 세아베스틸 본사 경영기획부문 구매팀 소속 직원 2명(담합 혐의자의 후임)의 PC가 윈도우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저장장치가 포맷돼 여기에 보관돼있던 파일 역시 일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아베스틸 측은 “폐기 처리한 것으로 오인된 업무수첩 등은 2019년 것이었으며 이는 업무수첩 표지색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서 “공정위의 이번 조사 대상기간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였으므로 관련이 없다. 대상기간에 해당하는 2018년 수첩 등은 모두 공정위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PC 업데이트를 통한 전산자료 삭제에 대해서도 공정위 현장조사에 따른 의도적인 조사방해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세아베스틸 측은 “PC 업데이트는 MS 윈도우7 지원 종료에 따라 전사적 차원에서 지난해 1월부터 계획을 수립해 진행해오고 있던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시작하면서 제시한 보존요청서엔 조사 대상기간이 특정돼있지 않았다”며 “이번에 적발된 담합 행위의 기간(2010년~2018년)은 조사를 모두 마친 뒤 확인된 것일 뿐이다. 즉, 해당 부장은 공정위의 조사 대상기간을 인지하고 그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 자료를 폐기한 것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 업무수첩이라 해도 이전 해 담합과 관련된 내용이 적혀있었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PC 업데이트 시 저장장치가 포맷돼 자료가 삭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다면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하더라도 보존 요청을 받은 만큼 진행하지 말아야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방해 행위에 대한 처벌은 조사결과와 무관하게 적용하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이는 무척 엄중한 사안으로, 관련 처벌규정을 과태료에서 징역 및 벌금의 형사처벌로 강화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세아베스틸 “담합 가담은 없었다”

이처럼 공정위와 세아베스틸의 입장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안은 이제 검찰로 넘어가게 됐다. 검찰 수사, 나아가 법원의 판단에 의해 조사방해 행위의 인정 및 처벌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또 하나의 중요한 쟁점이 남는다. 바로 자료 폐기 및 삭제가 세아베스틸의 담합 행위 미적발에 얼마나 영향을 끼쳤느냐다. 

이번 담합 행위 적발로 7개 제강사는 각각 수백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총 과징금 규모는 3,000억원대에 달한다. 세아베스틸이 받는 조사방해 행위의 처벌규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만약 세아베스틸의 조사방해 행위가 담합 가담 은폐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세아베스틸은 수백억원대 과징금을 피하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혐의를 받는 셈이 된다. 혐의가 최종적으로 인정된다 해도 과징금보다 벌금이 훨씬 적고, 직원들의 실형 모면을 기대해볼 수 있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조사방해와 관련해서는 오해를 일으킬만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결단코 이번 담합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는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입체적으로 이뤄진다. 한 권의 업무수첩, 두 대의 PC로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담합에 가담했다면 적발된 경쟁사에서 증언이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세아베스틸이 자료 폐기·삭제를 통해 담합 가담 은폐에 성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담합 가담이 정말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며 “이 자체로 조사방해 행위가 없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담합 행위 적발에 따른 과징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조사방해를 강행하는 악용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가능할 수도 있으나 일반적인 경우에선 그러한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사와 함께 진행되는 담합의 특성상 타사 등 다른 곳에서 증거가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자칫 담합도 적발되고 조사방해 행위로도 처벌받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큰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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