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에 참석한 김민영 총괄. /넷플릭스
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에 참석한 김민영 총괄.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새로운 한국 오리지널 라인업과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올 한 해에만 약 5,5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K-콘텐츠’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해져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성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25일 넷플릭스 콘텐츠 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 온라인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 및 아시아 지역 콘텐츠 담당 김민영 총괄이 참석해 넷플릭스 내 한국 콘텐츠의 위상과 향후 방향성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로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5주년을 맞은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7,700억원 이상을 투자해 80편가량의 한국 콘텐츠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전 세계에 소개했다. ‘킹덤’ 시리즈를 비롯, ‘스위트홈’ 영화 ‘승리호’ 등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올해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는 비용은 약 5,500억원이다. 액션‧스릴러‧SF‧스탠드업 코미디‧시트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풍성한 한국 오리지널 작품들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창작자들과 함께 국내 콘텐츠 업계 위상을 더욱 높이는데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민영 총괄은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넷플릭스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라면서 “한국 콘텐츠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넷플릭스의 역할은 창작의 자유를 바탕으로 탄생한 한국 콘텐츠만이 선사하는 특별함을 더 많은 나라의 팬들이 시차와 언어의 제약 없이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민영 총괄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넷플릭스가 평가하는 한국 콘텐츠의 위상과 시장에서의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가.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 사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초반엔 한국 콘텐츠가 다양하지 않았고, 보이지 않았는데 하나둘 작품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중요도에 대한 시그널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또 한국 콘텐츠로 인해 아시아에 있는 시청자들이 유입되면서 가입가구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한국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킹덤’이나 ‘인간수업’ ‘승리호’ 같은 작품들은 기존 팬뿐 아니라 그동안 한국 콘텐츠를 본 적 없는 시청자들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위트홈’이 28일 만에 2,200만 가구가 시청했다는 수치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만큼 한국 콘텐츠의 저력이 커졌고,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나 유행을 넘어 글로벌 문화의 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유가 5,500억원 투자를 결정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업계가 탄탄하고 훌륭하게 갖춰져 있다. 작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마찬가지고,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제작진이 많다. 그렇다 보니 다양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고, 퀄리티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 한국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작품이 갖고 있는 감정이나 감수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감정의 디테일에 더 집중하고 잘 보여준다. 사건보다 인간적인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에 더 공감력이 생기고, 시청자를 잡아놓을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

-작품의 투자나 제작을 결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넷플릭스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시청자들의 즐거움이다. 시청자들이 매달 지불해 주는 회비로 운영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좋은 엔터테인먼트를 선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미 한국 콘텐츠가 잘 만들어지고 있고, 훌륭한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한다. 다른 곳에서 만나볼 수 없는 콘텐츠,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되지 않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한다. 그것이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등과 같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미 검증된 훌륭한 작가와 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그들에게 조금 더 문제의식을 표현할 수 있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창작자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 한국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청층은 한국 시청자다. 그들이 재미를 찾고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선적인 목표다. 그래야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재는 로컬이더라도 유니버셜한 감정을 갖고 있는 작품을 찾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창작자 육성과 콘텐츠 성장에 기여할 방안은 어떻게 모색하고 있는지.
“주력 분야에서 인력을 양성하고 건강하고 튼튼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가장 쉽고 비즈니스와 직결된 방법은 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제작할 수 있는 대안이 되는 것이다. 한 해에 5,500억을 투자하는데 조심스러웠는데, 한국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계기들이 있었던 것 같다. 또 넷플릭스가 신예 작가들의 창이 되는 것도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 떠오르는 분들에게 새로운 창구가 돼주는 것이 넷플릭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해외 팬들의 접근성을 넓혀주는 것이다. 자막, 더빙에 더불어 시청각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분들을 위한 캡션과 음성 지원에 대한 투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발굴부터 콘텐츠 제작, 현지화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국내 제작진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기술과 지식을 공유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기 때문에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스튜디오 구축 계획은.
“스튜디오 임대는 한국에서는 새로운 접근이 아니다. 다른 방송사도 이미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이런 종류의 딜을 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넷플릭스로서는 의미 있는 행보다. 한국은 ‘콘텐츠 허브’다. 경기도 파주, 연천 스튜디오의 경우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임대 계약이다. 이제 시작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콘텐츠 투자가 커지면서 더 큰 계획이 필요할 것 같다.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언론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디즈니가 한국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결정했다. 경쟁사의 한국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앞으로 OTT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나도 궁금하다. 디즈니나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가 한국에 진출하는 것 그리고 웨이브나 왓챠, 티빙 등의 서비스가 생겨나는 것은 소비자들을 위해 좋은 것이다.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생겨나고 사업 전체가 동반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넷플릭스 역시 굉장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공급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지면 더 양질의 콘텐츠가 시장에 나오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우리는 창작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이 되게 하려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은 파이를 키워나가야 할 때다. 작은 파이를 갖고 싸울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해 온 대로 계속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 ‘승리호’를 비롯해 수익 배분 조건이 궁금하다.
“우선 ‘승리호’가 많은 사랑을 많이 기쁘다. 작품 하나하나 글로벌적으로 사랑을 받을 때마다 한국 콘텐츠를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IP(지적재산권)를 비롯한 구체적 계약 조건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해달라. 모든 프로젝트마다 다르기도 하다. 다만 모든 과정에서 제작사, 감독 그리고 배우와 충분히 상의를 거쳐서 진행된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뿐 아니라 오리지널 시리즈의 구조는 좋은 작품을 찾고, 시청층의 사이즈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투자를 내린다. 또 계약에 대한 리스크를 넷플리스가 안고 간다. 제작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극장 개봉이 어려운 상황 속 넷플릭스가 새로운 활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콘텐츠 독점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국내 영화계 전반에 활로를 찾는데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성장하고 유연하게 협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 즐거움을 발견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는 호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의 경우 흥행 걱정 없이 창작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있는데, 넷플릭스가 이제 영화를 시작하는 만큼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서 한국 영화를 보다 더 알리고 싶고 개발하고 싶다. 다양한 스토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나 비상업적 콘텐츠 수급 계획도 있나. 
“항상 하고자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집중하는 것이다. 상업과 비상업에 기준을 두는 것보다는 콘텐츠 자체의 이야기 그리고 시청자의 사이즈가 어떻게 되느냐에 접근하고 있다. 콘텐츠가 많아지면 더 다양한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층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어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투자할 계획이다. 현재도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

-넷플릭스가 콘텐츠를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콘텐츠와 스토리가 존재한다. 작품을 보는 이들이 본인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는 다양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목표다. 또 넷플릭스가 세상의 창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집에 앉아서 다른 문화를 배우고, 다른 사고를 배우고, 좋은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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