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오는 4월부터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비대면 금융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도 지원에 나섰지만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아 이른 시일 내 적극적인 사업 전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네이버가 오는 4월부터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비대면 금융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금융당국도 지원에 나섰지만 산적한 과제가 적지 않아 이른 시일 내 적극적인 사업 전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네이버의 ‘후불결제 서비스’ 출시 소식에 기존 시장을 잡고 있던 카드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만 카카오페이·토스 등 네이버의 경쟁사들도 후불결제 서비스 전개를 예고하고 있는데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아 적극적인 사업 전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사업 영역 넓히는 핀테크… 금융계 반발 극심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정례회의를 열고 신규 혁신금융서비스인 ‘플랫폼을 통한 소액 후불결제’ 대상 기업에 네이버파이낸셜을 선정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는 월 최대 30만원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며 오는 4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기존에 미리 충전해 사용하던 금액이 부족할 경우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먼저 결제한 이후 추후에 갚을 수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개별 소비자 신용평가,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에 따르면 네이버와 같은 핀테크 기업들은 후불결제 서비스를 개시할 수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핀테크 기업들도 후불결제 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도록 국회에 전금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전금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지급지시전달업, 간편결제의 소액 후불결제의 허용 등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계좌를 개설해 자금을 이체‧결제할 수 있으며 여신전문금융법상 신용카드만 가능했던 신용카드업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개정안 처리 시점이 점차 불투명해지자 핀테크 기업들이 규제 유예제도인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서비스 진출에 나섰다. 이에 따라 네이버파이낸셜이 후불결제가 가능한 첫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 경쟁사들도 금융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후불결제 서비스에 나설 전망이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고 비대면 금융에 대한 니즈도 충분한 만큼 소비자들도 금융당국의 혁신 움직임에 동의 할 것으로 본다”며 “우려가 많은 것도 알고 있지만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는 단계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기업들이 올해 후불결제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금융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자산관리·신용정보 관리·금융상품 개발 등 각 사가 전개하고 있는 금융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적지 않아 적극적인 사업 전개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핀테크 기업들의 후불결제 서비스에 따른 가장 큰 이슈는 ‘연체관리’다.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는 기존 금융권에서도 제공해 온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로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연체율은 기존 신용카드 연체율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롯데‧우리‧하나카드, 농협은행 등 국내 5개 카드사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의 연체율은 3.53%로 집계됐다. 신용카드의 연체율은 0.94%로, 하이브리드 체크카드 연체율이 약 3배 높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현재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개인별 두 장씩만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후불결제 월 한도금액이 30만원으로 제한돼 있지만 언제든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고, 핀테크 기업들의 경우 그동안 결제를 중심으로 금융사업을 전개해왔던 만큼 업계에서는 연체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시 시장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과 금융노조 등의 반발이 거세고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전금법 개정안의 ‘전자지급거래 청산’ 등을 놓고 충돌하고 있어 핀테크 기업들이 활발히 사업을 전개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비대면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에 금융업계 반발이 만만치 않다”며 “단기간에 해소할 수 없는 무거운 이슈들이 적지 않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적극 전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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