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백신 공방이 이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백신을 두고 연일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정쟁을 멈추지 않으며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특정 한 명을 1호 접종자라고 의미 부여하기보다 접종이 시작되는 첫날에 의미를 두고 예방접종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정치권이 낯 뜨거운 공방을 벌였던 ‘1호 접종자’ 논란을 일축한 행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소모적 논쟁을 멈춰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날 “백신을 정치 논리, 돈의 논리로 바라보면 사회적 불신과 갈등만 가져올 뿐 일상 회복에 대한 희망은 점점 더 멀어질 것”이라며 “정부는 과학이 검증한 결과라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백신 논란의 중심에 ‘안정성’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첫 접종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고령층에게 효과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질병관리청이 65세 이상 고령자 접종 일정을 보류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불안감에 기름을 부은 것은 단연 정치권이다. 당장 유승민 전 의원은 “AZ 백신 1번 접종을 대통령부터 하시라”며 “대통령의 1번 접종으로 그동안 청와대발, 민주당발 가짜뉴스로 누적된 국민의 불신을 덜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즉각 ‘먼저 맞겠다’며 맞불을 놨다. 우상호·고민정‧장경태 민주당 의원 등이 앞장섰다. 야권이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가 원수가 실험대상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정치권이 전면에서 백신 안정성 공방을 벌이는 데 대해 국민적 불안감은 높아지는 모양새다. /뉴시스

◇ ″한가로운 공방″ 비판

정치권의 백신 공방은 도입 과정서부터 이어졌다. 그때마다 여야의 반응은 상반됐다. 백신 도입이 늦다는 야권의 지적에 여권은 ‘안전’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그러나 백신이 도입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이번에는 야권이 안정성을 걸고넘어지고, 여당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이날도 여진은 계속됐다. 신상진 국민의힘 코로나19 대책특위원장은 회의에서 “백신 위험성이 없고 효과 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도 65세 환자에게 접종을 제외하는 것은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문제 삼았다. 반면,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백신 공방은) 반(反) 국가행위″라며 야권을 직격했다.

정치권의 혼전 속에 국민들의 불안감만 높아진 모양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순서가 오면 맞겠다’는 의견은 45.8%, ‘접종을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견은 45.7%로 나타났다.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1%가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과는 다른 결과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접종하겠다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이같은 공방에 대한 비판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AZ 백신이나 화이자 백신이나 예방효과, 중증감소 효과가 뛰어나다는 결과가 스코틀랜드 접종자 대상 연구에서 확인됐다”며 “국민들은 여러분 싸우는 거 관심도 없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모든 사안을 ‘정치적 영역’에서 해석하려는 태도가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능한 문제 제기가 아닌 정치적 비난을 쏟아내고, 그에 맞대응을 하다보니 공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백신 공급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선 비판할 수 있지만, ‘대통령이 먼저 맞아라’, ‘실험 대상이냐’로 치고받고 하는 자체가 한가로운 공방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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