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 방문을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대구 수성구 대구고검·지검 방문을 위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갈등 구도를 형성하며 정국을 뒤흔든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윤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른바 ‘검수완박’의 일환으로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다시 여권과 대척점에 올라섰다. 윤 총장은 2일 보도된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총장은 3일에도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것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며 거침없는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대구고검·지검 청사는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다.

윤 총장은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 1월 사퇴하고,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체제가 새롭게 출범하는 과정에서 여권과의 갈등 구도가 사라지자 존재감도 약화됐다. 이 때문에 연말‧연초 1위를 달리던 윤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윤 총장이 수사청 문제를 고리로 다시 정치 전면에 나서면서 언론의 관심도 다시 집중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이번 행보는 사실상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 참여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3일 오후 윤 총장의 지지자들이 응원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3일 오후 윤 총장의 지지자들이 응원하고 있다./뉴시스

◇ 윤석열, ‘정치 의향’ 묻는 질문에 확답 피해

윤 총장이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자리에서 드릴 말씀은 아닌 것 같다”며 확답을 피하면서 이 같은 분석에 더욱 무게가 실렸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윤 총장의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한 답변이 논란이 됐고 오늘도 그런 뉘앙스로 답했다”며 “윤 총장이 퇴임 이후 정치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에서 “이번에 윤석열 총장이 강력하게 반발한 첫 번째 이유는 자기가 평생 몸담아왔던 검찰 조직을 위해서 한 것”이라며 “두 번째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겠다는 의도가 관철이 안 된다면 이제는 정치를 나도 하겠다는 의사표현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총장의 사퇴 시점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윤 총장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 “내가 보기에는 그런 느낌도 든다”며 “3월이 (윤 총장의) 결정적 순간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윤 총장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여권과 관련된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사퇴할 것이란 시나리오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7월까지인 임기를 모두 채울 것으로 관측하기도 한다.

권성동 의원은 라디오에서 “윤석열 총장이 만약 자신의 뜻이 관철 안 되고 사퇴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어느 정도 정치 관련 수사가 마무리 되는 시점이 아마 사퇴 시점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을 해본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수사청법이 강행되면 임기 중 총장직을 사퇴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윤 총장은 전날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는 “직을 걸고 막을 수 있다면야 100번이라도 걸겠다”면서도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의 행보가 사실상 정치 참여 선언으로 여겨지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4월 재보궐선거 이후 윤 총장을 중심으로 한 야권 정계개편 가능성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권선동 의원은 “윤 총장 본인도 국민의힘에 들어오는 것이 유리한 건지 제3지대에 남아서 가는 것이 유리한 건지 주판을 튕겨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이번 행보로 정치인의 길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보여진다”며 “윤 총장은 이미 야권 정계개편의 핵심 축이 돼버렸다. 윤 총장은 태풍의 눈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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