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테마주로 지목되며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성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테마주로 지목되며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재보선이 임박하고 대선 또한 1년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른바 ‘정치인 테마주’가 또 다시 들썩거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며 주가가 크게 오른 중견 섬유기업 성안이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 동전주에서 지폐주로… ‘이재명 효과’에 날아오른 성안 주가

중견 섬유기업 성안은 올해 들어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300원대 중반이었던 것이 1월 중순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하더니 1,000원을 넘어섰다. 이어 2월 들어서는 1,300원을 넘기는 등 줄곧 1,000원대를 지켰고, 지난달 25일엔 또 다시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소위 ‘동전주’가 ‘지폐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의 배경은 성안의 자체적 요인애서 찾기 어렵다. 성안은 지난 1월 주가 변동에 따른 조회공시 요구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중요한 공시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최근 보유 중인 토지의 자산재평가를 통해 자산이 173억 증가했으나, 주가를 폭등시킬만한 사안으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성안은 뚜렷한 실적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1.9%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전년 대비 1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무엇보다 2014년 이후 7년 연속 적자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안의 주가가 출렁인 진짜 이유는 다름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 때문이다. 성안은 주식시장에서 이른바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되면서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재명 지사의 대권후보 지지율 상승에 발맞춰 주가가 오른 것이다.

성안이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된 것은 오너일가 3세 박상완 부사장이 이재명 지사와 같은 중앙대학교 출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성안은 지난 1월 “동문 이상의 아무런 친분관계가 없으며 과거 및 현재 이재명 지사와 당사 사업에 관련 내용이 전혀 없다”고 명확히 밝혔으나 테마주 현상은 지속됐다. 

◇ 주가 오르자 주식 처분… 곧이어 횡령 공시

이런 가운데, 성안에서는 일련의 묘한 일들이 이어지며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먼저, 성안이 ‘이재명 테마주’로 지목되는데 있어 연결고리로 작용한 박상완 부사장은 1월 말부터 2월 상순에 걸쳐 성안 장내매도를 통한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처분한 주식 규모는 202만4,493주에 달한다. 처분단가는 940원~1,287원이며, 대부분에 해당하는 190만주는 1,016원~1,287원에 처분했다. 이를 통해 박상완 부사장은 22억원 가량을 현금화했으며, 지분율은 4.84%에서 1.28%로 낮아졌다.

성안 역시 지난달 자사주 196만9,460주를 주당 950원에 블록딜로 매각했다. 계열사인 성안합섬도 지난달 보유 중이던 성안 지분 1.93% 전량을 장내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안합섬은 성안이 62.92%, 성안 오너일가가 나머지 지분을 보유 중인 곳이다.

즉, 주가가 크게 오른 시점에 오너일가 및 계열사가 보유 중이던 지분은 물론 자사주의 처분까지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주가가 폭등한 시기에 이뤄진 발 빠른 주식 처분은 상당히 쏠쏠한 추가 이득으로 이어졌다. 박상완 부사장이 챙긴 추가 이득만 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러한 주식 처분이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앞서 각종 테마주 현상으로 주가가 폭등한 기업에서도 종종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는데, 모두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성안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지난 3일 성안은 종속회사인 성안합섬에서 자금횡령사고가 확인됐다고 공시했다. 내부조사를 통해 지난 수년에 걸쳐 200억원 규모의 횡령이 있었음을 확인했고, 현재 경찰 수사 중이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공시가 나온 직후인 4일, 성안의 주가는 하한가까지 폭락했다. 

이처럼 잇따른 지분 처분에 이어 악재성 공시가 나오면서 일각에선 내부정보를 활용해 미리 주식을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안 관계자는 “시점이 공교롭게 됐지만, 사전에 정보를 알고 지분 처분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종속회사 횡령에 대한 공시는 자율공시인데, 만약 부정한 방법이 있었다면 굳이 공시를 했겠는가”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실제 없는 테마주 현상에 의한 주가 폭등과 오너일가의 주식 처분, 그리고 악재성 공시가 연이어 이어지면서 성안은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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