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연 회장과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한화건설(대표이사 김현중 부회장)이 이라크 정부와 협의 중이던 발전 및 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시설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의 추가수주가 답보상태에 놓였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가 김 회장에게 요청한 100억불 규모의 이라크 추가재건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한화건설 100억불 규모 추가수주 암초


앞서 김 회장은 지난해 80억불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를 계기로 이라크 정부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한 바 있다.

원래대로 한화건설이 100억불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을 수주할 경우 연인원 7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이라크 내 한국기업의 위상이 제고돼 오는 2017년까지 310조원 규모로 발표된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에 있어 우리나라 기업들의 선점효과가 기대된다.

하지만 한화건설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에 따라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중소 협력사 동반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16일 밝혔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5월 김 회장의 글로벌 경영전략과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80억불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하고 차질 없는 공사를 수행중이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정부가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발주한 10만 세대 규모의 국민주택건설 및 단지조성공사이며, 한화건설이 수주한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이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실적의 10%를 상회하는 이번 공사를 수주하면서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5,000억불 달성의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이라크 현지에서 개최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계약식에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김 회장이 배석한 가운데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사미 알 아라지 의장과 한화건설 김현중 부회장 간의 본계약이 체결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라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00만호 국민주택건설사업의 첫 삽을 뜨는 공사이며, 이라크 재건사업의 본격화를 알리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라크 정부 입장에서도 그 의미가 깊었다.

특히 김승연 회장은 ‘제2의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바탕으로 100여명의 이라크TFT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수차례 이라크 현지를 방문하며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의 수주를 진두지휘했다.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용기와 신뢰를 보여준 김 회장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신뢰가 두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1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개최된 ‘한-이라크 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일행은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소개하는 한화건설의 영상이 나오자 “한화, 퍼스트(First)! 한화, 퍼스트!”를 연발한 후 김 회장의 안부를 묻고 쾌유를 기원한 바 있다.

한화그룹과 김 회장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인원 55만명 일자리 창출, 100여개 협력업체 동반진출

한화건설은 지난 3일 이종진 국회의원(국토교통위원회 위원)이 주최하고 해외건설협회(회장 최재덕)가 주관한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 및 일자리 창출 세미나’에서 “7년에 걸쳐 진행되는 기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에는 100여개 중소 자재 및 하도급 업체와 1500여명의 국내 인력들이 이라크 진출한다”며 “이는 제2의 중동붐의 시작점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성공적인 동반성장 사례가 되고 연인원 55만명이 넘는 일자리가 창출돼 경제위기 극복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현장 투입인력 중 10%는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50대 후반 중동건설 유경험자들을 선발하고, 나머지 90%는 열정과 패기를 지닌 청년층으로 선발해 청∙ 장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김 회장이 강조하는 능력중심의 인재채용 이념을 반영, 고졸 신입사원도 지속적으로 확대 선발할 계획이다.

현재 공사 중인 이라크 현지의 베이스캠프는 7년에 걸친 대역사(大役事)를 수행하기 위한 총 2만1000여명의 인력이 동시에 거주할 수 있는 규모이다.

유례가 없었던 메가톤급 베이스캠프 공사는 6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단계 준공을 마친 베이스캠프에는 현재까지 한화건설 이라크 사업단과 협력업체 임직원 200여명이 입주한 상태이다.
 
이후 순차적으로 추가 입주할 총 2만1000여명의 인력들은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하우징(Housing) 공사 이전까지 PC(Precast Concrete)플랜트 공사와 베이스캠프 공사, 정수/하수처리장 공사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함께 발주처인 이라크 정부와의 설계 및 디자인 관련 협의도 마무리 됐다.

올 초 한화건설이 사미 알 아라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의장과 함께 방한한 이라크 국가기술위원회와 10만 세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에 대한 설계 및 디자인 기준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1일 사미 알 아라지 NIC 의장은 서울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아라지 NIC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진행상황을 소개하고 이라크 추가 재건사업에 대한 한국기업들의 투자와 참여를 제안했으며, 차질없는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한화에 대한 신뢰와 김승연 회장의 경영공백에 따른 심심한 우려를 표명했다.

사미 알 아라지 NIC 의장은 당시 “김 회장의 의지와 용기로 인해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김 회장과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강한 신뢰감을 표명했다.

또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는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국가는 비즈니스 관계에 있어 무엇보다 돈독한 인간관계와 신뢰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수차례 이라크를 방문하고 누리 알 말리키 총리를 만나 이라크 재건사업에 물꼬를 튼 김 회장에 대한 이라크 정부 측의 신뢰가 두텁다”고 말했다.

이어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아라지 NIC 의장이 밝힌 바와 같이 김 회장을 비롯한 한화에 대한 이라크 정부 측의 신뢰가 두터운 상태지만 김승연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현재 논의 중인 100억불 규모의 추가 재건사업 수주에 대한 이라크 정부 측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2,3단계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협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한-이라크 협력관계가 벌어진 틈을 타 중국과 터키 등 경쟁국 건설사들에게 이라크 재건시장의 선점효과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 역시 지난해 12월 이라크 비스마야 현장을 방문해 “한화가 이라크 시장공략에 첫발을 제대로 내디뎠고 앞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국익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경영일선에 복귀해야 하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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