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 4일은 검찰총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이 동반 퇴진하는 날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며 직을 던졌고, 검사장급 인사 갈등으로 인해 몇 차례 사의를 표했던 신 전 수석은 감사원 출신의 김진국 신임 민정수석으로 교체됐다.
◇ 윤석열·신현수 동반 퇴진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오후 2시에 사퇴를 선언했다. 청와대는 1시간 15분 뒤인 오후 3시 15분에 윤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45분 후인 오후 4시, 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했던 신 전 수석이 교체됐다. 즉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과 신 전 수석의 사표를 동시에 수리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빠른 속도로 사의를 수용하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윤 전 총장의 사퇴를 기다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한 청와대가 윤 전 총장의 사퇴를 예상하고, 신 전 수석의 후임을 물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대단히 실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냈고 2019년에 검찰총장으로 발탁됐다. 검찰 기수를 파괴하면서 윤 전 총장을 발탁하자 파격 인선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만큼 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검찰개혁이 시작되자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워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의혹이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두 사태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줬다.
신 전 수석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을 지낸 바 있으며,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었다. 문 대통령이 ‘비검찰 민정수석’ 기조를 깨고 그를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은 ‘법무부-여당-검찰 갈등’을 조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검사장급 인사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었고 수차례 사의를 표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레임덕이 온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게 됐다.
◇ 뿌리깊은 ‘검찰 불신’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뿌리 깊은 ‘검찰 불신’이 이번 사표 수리에서 드러났다고 해석한다. 현직 총장이었던 윤 전 총장 뿐 아니라 신 전 수석도 검사 출신이다. ‘비검찰’ 기조를 깨고 검사 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했지만, 오히려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박 장관과 충돌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신 전 수석이 검사 출신이라 검찰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 전 수석은 윤 전 총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일 ‘감사원 출신’인 김진국 신임 민정수석을 임명한 데는 ‘검찰에게 준 기회’가 사라진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신 전 수석에게 조율의 역할을 맡긴 것은 갈등이 불거지지 않는 검찰개혁을 의도한 것이다. 그러나 신 전 수석은 오히려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문 대통령은 그에게 책임을 물은 셈이다.
그러나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이 동반 퇴진하는 것은 청와대가 사정라인을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다. 이 경우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검찰조직 장악과 검찰개혁 가속화라는 두 가지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에 협조적인 후임 총장을 인선해 검찰조직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성윤 서울지검장이 차기 검찰총장이 될 수 있다는 소식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박탈(수사청 설립)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후임 민정수석 인선 당시 “법무·검찰 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을 안정적으로 완수하고, 끝까지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할 적임자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후임 검찰총장 역시 이같은 기조를 따르는 인사를 발탁해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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