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일 거에요, 아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해 한 말이다. 정치권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단어인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고 여러 해석이 제기됐다. 대표적으로는 ‘대권 도전의 순간’, ‘가장 빛나는 순간’ 등이 있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또 한 번 ‘별의 순간’을 언급해 관심을 모았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며 나중에 기회가 생겨 만나게 된다면 만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두 차례나 언급한 ‘별의 순간’은 과연 무엇일까. 김 위원장이 독일 유학파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별의 순간’은 독일어 ‘Sternstunde’(슈테른슈튼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어사전을 검색해보면 ‘운명적 시간, 결정적 순간’이라고 뜻풀이 돼 있다.
‘별의 순간’이란 단어는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 때문에 유명해졌다. 그의 저서 ‘Sternstunden der Menschheit’(원제, 한국판 제목은 ‘광기와 우연의 역사’) 때문이다. 이 책은 츠바이크의 전 작품을 통틀어 가장 널리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의 원제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인류의 별의 순간들’이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결정적인 순간 14건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언급한 ‘윤 전 총장에게 온 별의 순간’이란 결국 대권 도전, 혹은 정치 입문을 위한 결정적 순간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많은 인사들이 해석한 ‘가장 빛나는 순간’ 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영광의 순간은 아닌 셈이다. 오히려 직을 던지고 나온 윤 전 총장이 현재 운명을 건 선택의 기로에 섰다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