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취임 192일만에 물러났다. 당 대표 취임 전에는 ‘대세론’을 구가했지만, 취임 이후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이 대표에게는 지지율 반등과 ‘이낙연 브랜드’ 설정, 그리고 4·7 재보궐 선거 승리 등 높은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재임 기간 중 이 대표의 성과는 적지 않다. 당 윤리감찰단을 통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홍걸 의원을 제명하고, 이스타항공 대량해고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이상직 의원의 자진 탈당을 이끌어내 파장을 최소화했다. 코로나19 대응 재난지원금 등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역시 이 대표의 성과로 여겨진다.
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국가정보원법·경찰청법 등 문재인 정부의 과제였던 권력기관 개혁 입법 과제 처리도 이 대표 재임 기간의 성과로 볼 수 있다. 다만 검찰개혁 추진 과정에서 ‘추미애-윤석열 갈등’ 중재보다는 윤석열 전 총장을 압박하는 등 검찰과 각을 세운 것은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 4·7 재보궐 승리로 ‘지지율 반등’ 노려야
이 대표에게 가장 급한 것은 4·7 재보궐 선거 승리다. 이 대표는 재임 시절 당헌 개정을 결정하면서까지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를 치르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시민들의 선택권을 뺐지 않겠다는 이유에서다. 본인이 선거를 지휘해 서울과 부산시장을 지켜낼 경우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이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직접 선거대책위원장과 가덕도 신공항 특별위원장을 맡았다. 선거의 최일선에 나선 것이다. 정치권은 서울과 부산 모두 가져올 경우 이 대표의 대선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 선거 판세는 녹록치 않다. 대권주자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사퇴하면서 ‘반문’(반문재인) 정서가 결집되고, LH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드러나면서 여당 지지율이 하락한 상태다. LH 의혹의 경우,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서울 민심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서 넘어야 할 산이 생긴 셈이다.
또 이 대표의 과제는 ‘지지율 반등’이다. 대세로 불릴 정도로 지지율이 높았던 상황이었지만, 이 대표에게 여당 대표직은 ‘대선으로 가는 발판’이 아닌 ‘시련’의 연속이었다. 취임 후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지율은 하락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으로 인해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이재명 경기지사에 밀리면서도 윤 전 총장과 ‘2중’ 구도를 형성했지만, 윤석열 전 총장의 사퇴 후 3위로 밀린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14.9%)는 윤 전 총장(32.4%)과 이재명 경기지사(24.1%)에 이은 3위에 머물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이낙연 브랜드’와 ‘제3주자론 극복’
정치권에서 꼽는 이 대표의 중장기 과제로는 ‘이낙연 브랜드 설정’이다. 즉, 다른 대권주자와 아젠다 설정 전쟁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여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경우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을 골자로 한 ‘기본 시리즈’를 자신의 브랜드로 각인시켰다. 현직 총리인 정세균 총리도 개혁과 포용을 강조하고 있어 이 대표와 비슷한 색채를 띄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시한 ‘국민생활기준 2030’ 신복지제도를 본격적으로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복지제도는 기존 복지제도를 경제·사회적 변화에 맞게 사회안전망을 혁신적으로 재구축하자는 것으로, ‘보편적 사회보호’(포괄적이고 촘촘한 사회안전망)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 대표도 신복지제도 외 경제·남북·외교 등에서도 자신만의 아젠다를 제시,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와 같이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한다고 정치권은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제3주자론 극복’이다. 현재 친문(친문재인) 성향 당원들의 거부감이 높은 이 지사가 선두를 달리고, ‘친문 적자’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이 대표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이 반등하지 않는 상황을 두고 새로운 주자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지사의 경우 친문 성향 당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으므로, 대선까지 시간이 아직 충분하니 ‘친문 적자’ 후보의 부상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제3주자론은 현재 이 지사와 이 대표 모두를 선택하지 못하는 표심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이 대표가 친문 표심을 완전히 끌어안아야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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