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창업자인 원혜영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뉴시스
풀무원이 창업자인 원혜영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면서 각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이 주목을 끌고 있는 가운데, 풀무원이 불편한 시선을 받고 있다. 유력 정치인이기도 한 창업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시대흐름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최대주주와 각별한 관계… 독립성에 물음표

풀무원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날 주주총회 안건으로는 각종 보고사항을 비롯해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이사보수 한도 승인 등이 올라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자 중 원혜영 전 국회의원이 포함된 것이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일원이자 1980년대 후반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원혜영 전 의원은 5선(14대, 17~20대)의 여권 유력 인물이다. 16·17대 부천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열린 21대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일선에서 물러났다.

풀무원이 원혜영 전 의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그가 다름 아닌 창업자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기농법을 시작해 ‘한국 유기농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故) 원경선 풀무원농장 원장의 장남인 원혜영 전 의원은 1981년 풀무원식품을 창업한 바 있다. 

원혜영 전 의원은 이후 정치에 입문하면서 1987년 풀무원을 남승우 전 대표에게 넘겼다. 원혜영 전 의원과 남승우 전 대표는 고등학교 및 대학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남승우 전 대표는 30년 넘게 오너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이끌어오다 2017년을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이후에도 기타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승우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수장을 맡고 있는 것은 풀무원의 ‘1호 사원’으로 알려진 이효율 대표이사다.

즉, 풀무원 이사회는 최대주주는 물론 경영진과도 각별한 사이인 인물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추천한 것이다. 이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는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는 오랜 세월 유명무실한 채 방치돼왔다. 하지만 최근 여러 조치가 이어지면서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이 부쩍 높아졌다.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를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강화가 이뤄졌음은 물론, 부적절한 사외이사를 선임할 경우 거센 질타가 쏟아지곤 한다. 

풀무원은 앞서 남승우 전 대표가 평소 소신과 약속을 지킨 ‘아름다운 은퇴’를 보여주며 귀감이 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외이사 선임으로 아쉬운 오점을 남기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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