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비상경영’을 선언해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조폐공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조폐공사가 적자 실적을 낸 가운데 고강도 경영혁신과 성장동력 발굴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각오다. 

◇ 조폐공사, 작년 적자성적표에 흔들 

반장식 사장은 지난 8일 대전 본사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여권 발급 급감 등 경영여건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창립 70주년을 맞아 미래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조폐공사는 국내 화폐를 제조하는 공기업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업 영역은 화폐 제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은행권 제조 기술을 활용해 기념지폐, 증권과 채권 등 유가증권, 백화점상품권, 온누리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만들고 있다. 또한 여권, 주민등록증, 공무원증, 청소년증, 복지카드, 장애인카드 등 국가 신분증(ID)과 특수 보안용지와 특수잉크, 골드바 제품 등도 생산한다. 

조폐공사는 그간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내왔지만 지난해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142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면서 전년 대비 적자전환한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이 5,317억원으로 전년보다 1.3% 늘었음에도 영업실적은 크게 악화됐다. 

조폐공사는 우선 코로나19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여권 발급량이 예년보다 70% 이상 줄어든 것이 수익 구조를 악화시켰다는 평가다.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조기 극복 지원을 위해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의 수수료를 0.3%로 낮춘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조폐공사 측은 전했다.  

불리온 메달 영업과 관련, 거래업체에 대한 매출채권 회수 지연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도 실적 악화 배경으로 작용됐다. 불리온 메달 해외 수출 파트너인 A사는 국제 금값 및 원화 환율의 급격한 변동, 매출 확대를 위한 무리한 영업 추진 등으로 손실을 내면서 약속한 금액을 조폐공사에 상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조폐공사는 해당 업체와 변제약정을 맺고 매출채권 회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불리온 제품은 금·은 등 귀금속으로 만든 메달이나 주화를 말한다. 

반장식 사장은 8일 대전 본사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을 선언했다./조폐공사

이 같은 실적 악화로 반장식 사장의 경영 관리 부담도 커진 실정이다. 반 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 재정운용실장(예산실장), 문재인 정부 초대 일자리수석을 역임한 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달 8일 조폐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바 있다. 

재정 전문가로 알려진 반 사장은 사업 및 조직 혁신에 속도를 내기 위해 비상경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폐공사는 이날 비상경영을 선언하면서 △미래성장 TF(태스크포스) △HR(인적자원) TF △사업고도화 TF △불리온 사업 TF △글로벌 TF △기술발전 TF 등 6개 비상경영 TF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 반장식 사장, 비상경영 선언… 성장동력 발굴·사업구조 혁신 고삐 

조폐공사에 따르면 미래성장 TF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사업구조 및 추진방식 개편을 담당하게 된다. HR(인적자원) TF는 인적자원 육성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사업고도화 TF는 주요 사업별 발전전략 수립을 맡게 된다. 또 불리온 사업 TF는 불리온 사업과 불리온 주화 사업을, 글로벌 TF는 해외 수출의 고도화 방안을 모색하며, 기술발전 TF는 핵심기술 확보 등 기술경쟁력 제고를 추진하게 된다. 이외에 조폐공사는 경비절감과 불요불급한 투자 조정 등 경영 합리화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조폐공사는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핀테크의 발달과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확산으로 ‘현금 없는 사회’ ‘동전 없는 사회’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조폐공사의 화폐제조 사업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조폐공사의 신사업 육성이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 사장은 “조폐공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경영혁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과연 그의 비상경영 선언이 사업 혁신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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