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월 미국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의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이달 AT&T의 5G장비 수주전까지 고배를 마시게 되면서 국내 5G장비업계도 휘청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올해 큰 성장이 기대됐던 5G통신장비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삼성전자가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의 5G장비 수주에 실패하면서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각국의 5G기지국 증설이 연기되면서 5G장비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 삼성의 AT&T 수주 실패, 국내 5G장비시장에 치명타

사실 지난해만해도 삼성전자의 글로벌 5G장비시장 진출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세계 1위 이동통신사업자이자 미국의 3대 통신사업자 중 하나인 버라이즌과 약 7조9,000억원 규모의 5G장비 장기 공급계약을 맺는 성공을 이룬 바 있다. 앞서 동년 3월엔 뉴질랜드 최대 통신사업자 스파크와, 6월엔 캐나다 통신사 텔러스와 5G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5G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의 무역제재를 받은 것도 삼성전자에겐 호재로 작용할 듯했다. AT&T 스티븐슨 CEO는 화웨이에 대해 “5G장비를 협력 아닌 독점하려 한다”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통신업계에서는 AT&T가 우수한 5G장비를 보유한 삼성전자를 공급사로 선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당시 증권가 역시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AT&T 공급사로 선정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터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반전됐다. 올해 1월 미국 최대 통신사 중 하나인 T모바일의 수주에 실패한 데 이어, 이달 AT&T의 5G장비 수주전까지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T모바일과 AT&T의 5G장비 수주전 모두 에릭슨과 노키아에게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3대 이동통신서비스업체로 불리는 버라이즌, AT&T, T모바일 중 삼성전자가 5G장비 수주에 성공한 것은 버라이즌 한 곳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연이어 글로벌 통신사들과의 5G장비공급 계약 체결에 실패하면서 국내 5G장비 관련업체들 역시 비상이 걸린 상태다. 5일 하나금융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3월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국내 5G장비 업체들의 주가가 20~30%씩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삼성의 미국 통신사 수주 상황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며 “더욱이 삼성의 거래업체가 크게 늘어난 상황이어서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미국 수출 전망치를 크게 낮춰야 할 것 같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증권가, “5G장비주 힘든 것 맞지만 반등 가능성 충분”

다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5G장비 시장이 조만간 다시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삼성전자의 AT&T 수주 실패는 관측된 상황이라 현재 폭락한 5G장비주 주가는 ‘미리 매를 맞은 것’처럼 해당 악재가 이미 반영된 수치라는 것이다.

또한 증권가에서는 최근 인도의 통신사업자 릴라이언스가 신규 주파수를 50% 이상 확보한 점은 국내 5G중소장비업체 입장에서 긍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즌과 함께 삼성전자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릴라이언스가 신규 주파수를 대량으로 확보하게 됨에 따라 5G통신장비를 다수 매입할 가능성이 있어 투자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28GHz 5G통신망에 대한 투자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5G장비시장엔 호재가 될 듯하다. 실제로 지난 9일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보고서를 통해 28GHz 기반의 mmWave파 5G통신과 기존의 3.5GHZ 5G통신망의 병행 투자가 통신망 운영 비용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GSMA는 “28GHz와 3.5GHz 5G를 병행하는 mmWave 5G 솔루션은 구축 비용을 절감하고, 사용 가능한 저렴한 장치의 선택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더 많은 채택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확장성을 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홍식 하나금투 연구원은 “하반기엔 진짜 5G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돼 장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투자가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IoT(사물인터넷)로 진화하는 5G시대가 펼쳐질 것이며, 여기에 5G관련주들도 상상외의 높은 멀티플(주가수익배율) 형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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