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어렵사리 마련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무산된 현대중공업이 또 다시 극심한 노사갈등에 빠지고 있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3년 치 임단협을 해결해야 하는 가운데, 적잖은 진통과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2019년은 물론 지난해 임단협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가까스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 찬반투표를 넘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았다. 이후 추가 교섭 자리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노동조합이 (잠정합의안) 부결 책임을 회사에 떠넘기는 데만 급급한데,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노조 역시 “사측이 의도적으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며 노조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경고를 무시하면 상상하지 못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노조는 이달 초부터 회사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앞선 2년 치는 물론, 올해 임단협도 해결해야 하지만 갈등만 더욱 깊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욱이 노조는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혐의로 적발된 현대건설기계에 대해 근로자지위확인, 고용 의무 이행, 임금·손해배상, 단체교섭 등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되고 있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 마무리라는 굵직한 현안을 마주하고 있다. 거듭된 중대재해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수년 째 노사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은 뼈아픈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전망 또한 밝지 않다. 임단협 난항의 중심엔 임금 등 처우 문제 뿐 아니라, 이른바 ‘한마음회관 사건’도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가까스로 마련한 잠정합의안마저 좌초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당장 교섭을 시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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