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LH 사태와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고, 정치권은 투기 전수조사와 LH 특검에 합의하면서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투기 사태가 2주간 이어지고 있다. 의혹이 점점 불어나고, 1차 조사 발표가 있었지만 여론의 분노는 잠잠해지지 않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16일 문재인 대통령은 LH 사태와 관련해 처음으로 사과를 했고, 정치권은 국회의원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와 LH 특검을 실시하기로 합의하며 사태는 새 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 문재인 대통령 “국민들께 허탈감과 실망 드려”

이날 오전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LH 사태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다. 특히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며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를 막는 데서부터 시작해 사회 전체에 만연한 부동산 부패의 사슬을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지난 2일 LH 임직원들의 2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14일 만의 일이다. 전날까지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적폐 청산’ 카드를 꺼내들며 LH 사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물러날 뜻을 밝혔고, 2·4 주택공급대책의 차질 없는 추진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통한 토지거래 전수조사 및 수사 병행 등 흐름에 맞춰 문 대통령의 사과가 마지막에 나온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사과가 준비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LH투기의혹에 공분을 느끼는 국민들의 허탈한 마음에 진정성 있게 응답을 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 국무위원 앞에서 이번 일에 대한 송구한 마음과 함께 부동산 적폐를 청산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다짐을 밝힌 것이 오늘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여야, 전수조사·특검·국정조사 논의키로

같은날 여야는 국회의원 전원·지자체장·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직계존비속 전수조사, 그리고 국정조사와 LH 특검을 합의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전수조사와 LH 특검을 제시했고, 국민의힘은 이에 더해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거두절미하고 국회의원의 강력한 전수조사는 물론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국회의원 전수조사와 특검에 불순한 의도가 있다며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꺼렸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소년법 개정안이 40여건 발의된데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지금까지 6건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뉴시스
16일 여야는 LH 사태와 관련, 선출직 공직자 부동산 전수조사 및 특검, 그리고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향후 관련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뉴시스

주 원내대표는 아울러 “우리의 청와대 전수조사 요구를 고의로 누락하지 말라. 의원 전원과 직계존비속, 지자체장, 지방의원, 공공기관 관계자는 물론 청와대 전수조사도 거듭 요구한다”고 했다. 특검에 대해서도 “이번 3월 회기 중 LH 특검 법안이 본회의에서 즉시 처리되도록 특검법 공동발의에 민주당은 즉각 협조하길 바란다“며 말했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제안을 수용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조사 관련) 여야 수석부대표 협의를 바로 진행하겠다”며 “아울러 제가 제안한 재보궐 출마자와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조사도 국민의힘이 수용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LH 사태, 새로운 국면

문 대통령이 이날 사과하고, 여야가 전수조사·특검·국정조사 등에 합의하며 지난 2일 의혹이 제기된 후 이어진 LH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국정 수반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는 의미도 있으나, LH 사태가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상황에서 빠져나오기 위함으로 읽힌다. 또한 국정동력을 회복해 집권 후반기 과제와 ‘부동산 적폐 청산’을 착수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또 여야가 전수조사와 특검,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한 것 역시 사태를 새 국면으로 이동시켰다. 그간 여야는 LH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 사저 문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보상금 관련 문제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제는 특검과 전수조사 등을 놓고 샅바싸움을 이어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국수본이 수사 성과를 내고, LH 투기 관련자를 철저히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반된 민심을 수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전수조사, 특검, 국정조사를 두고 여야가 방식과 시기 등 세부 논의에서 약간의 이견을 빚을 경우 또다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LH 사태가 4·7 재보궐 선거에 미칠 영향력과 여론의 분노를 의식해 논의가 일사천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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