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유화가 장홍선 회장과 허근태 사외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극동유화가 장홍선 회장과 허근태 사외이사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상법이 대폭 강화되는 등 변화의 흐름 속에 사외이사는 물론 사내이사의 성실한 이사회 출석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극동유화의 실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시대흐름을 거스르는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시대흐름 역행하는 이사회 두문불출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온 요즘, 대다수 상장기업들의 최대 화두는 대폭 강화된 상법에 발을 맞추는 것이다. 일반 주주의 권리를 확대하고,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 및 견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분주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사의 성실한 활동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같은 맥락이다. ‘큰 손’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에 사외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엔 아예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기도 했다. 나아가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각종 지침 및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화업계 중견기업인 극동유화의 이사회 실태가 빈축을 사고 있다. 사외이사는 물론 오너경영인인 장홍선 회장까지 이사회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극동유화는 현재 2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이 중 허근태 사외이사는 2015년 처음 선임돼 6년간 재직 중이다. 그런데 그는 지난해 8차례 열린 이사회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비단 지난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허근태 사외이사는 2016년 40%, 2017년 54%, 2018년 20%, 2019년 22% 등 재직기간 내내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이어왔다.

사외이사는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주주 및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것이 핵심 임무다. 따라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출석은 사외이사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권리이자 의무라 할 수 있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에 반하는 행보를 이어온 허근태 사외이사는 조만간 극동유화를 떠날 전망이다. 사외이사의 최대 임기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인해 더 이상 임기 연장이 불가능하졌기 때문이다. 극동유화는 오는 31일로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 그를 대신할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상정해놓았다. 허근태 사외이사의 씁쓸한 뒷모습은 상법 강화를 비롯한 변화가 왜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극동유화의 이사회 천태만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내이사 중 한 명이자 오너경영인인 장홍선 회장 역시 이사회를 꾸준히 외면하고 있다.

장홍선 회장은 지난해 3분기까지 7차례 열린 이사회에 마찬가지로 단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019년엔 9차례 열린 이사회에 딱 한 번 출석해 9%의 출석률을 기록했다. 그 이전의 이사회 출석률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처럼 장홍선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이 공개되고, 도마 위에 오를 수 있게 된 것 역시 시대흐름에 따른 결과다. 금융감독원은 기업공시 서식 작성기준 개정을 통해 2019년부터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 및 안건에 대한 찬반여부를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 오너경영인들의 저조한 이사회 출석률을 지적하며 “총수일가가 이사로서의 권한을 누리면서 그에 부합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이사회에 출석할 의사가 없다면 스스로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주주와 회사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꼬집은 바 있다.

매년 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역시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할 경우 이사로서 업무 충실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다.

한편, 극동유화는 2015년 소액주주들로부터 방만경영 지적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방만경영으로 주가를 하락시킨 장홍선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 구성원들을 해임해야 한다며 임시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법원에 신청하기도 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들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