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감정싸움이 극에 다다르고 있다. 표면적으론 단일화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힘겨루기 양상이지만, 사실상 향후 대선까지 염두에 둔 야권 주도권 잡기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도 김 위원장과 국민의당 간 신경전이 계속됐다. 야권 단일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가 떼를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직격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을 ‘가상대결’로 하자는 것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기 고집만 부려선 안 된다”며 “일반 상식에서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면 해결 안 될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의당도 김 위원장을 겨냥했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세간에서는 민주당에서 보낸 엑스맨이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현하는 분도 있다”며 김 위원장의 ‘안철수 때리기’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최근 단일화 과정에서 이들의 갈등은 끊임없이 불거졌다. 앞서 단일화 실무 협상이 결렬되자 김 위원장은 “토론도 못 하는 후보”라며 안 후보를 저격했다. 그러자 안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을 겨냥해 “후보 뒤에 ‘상왕’이 있는 것 아닌가”, “도를 넘는 말씀을 한 것은 이적행위”라며 맞불을 놨다.

이들의 감정싸움에 다른 야권 인사들이 가세하기도 했다. 안 후보의 ′상왕′ 발언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서울 동작갑 당협위원장 장진영 변호사는 되레 ′여자 상황제′로 맞받아 쳤다. 안 후보가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의 결정에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날 안 대변인의 ′엑스맨′ 언급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은 ″안 후보가 야권의 A급 엑스맨″이라며 각을 세웠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갈등이 단일화 상황을 넘어 야권 재편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뉴시스 

◇ 야권 주도권 잡기 싸움

정치권에서는 향후 야권 재편 가능성까지 고려한 ‘주도권 싸움’이 갈등으로 분화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최근 야권에 유리한 흐름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현재 분위기라면 야권 단일후보 자체가 곧 ‘서울시장 당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보니 양측 모두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란 평가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물론 이전에 감정의 골이 있었음에도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보니 갈등이 불거지지 않았던 것″이라며 ″갑자기 불거진 것은 판세가 유리하게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니까 승리하고 난 뒤 차기 대선, 정국 재편에 있어서 누가 주도권을 가져가느냐의 싸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김 위원장이 ‘제1야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소규모 정당이 제1야당을 압박해서 능가하려는 협상의 자세를 보이니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야권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안 후보가 전날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입당에 선을 그은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만일 안 후보가 야권의 단일 후보가 될 경우 상당한 영향력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재편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안 후보가 당선되고 합당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100석 플러스 3석이 아니라, 물리적 100석과 정치적 100석이 부딪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의 갈등이 결과적으론 단일화 효과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비판의 목소리도 새어 나온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 주변 인사들은 조롱과 멸시의 발언들을 서슴없이 쏟아내며 단일화 훼방꾼이 돼 있다”며 “그만큼 방해를 했으면 이제 그만하라”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야권 단일 후보를 만들더라도 본선이 쉽지 않고, 남은 시간 동안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지지율에 취해 치고받는 상황에선 단일화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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