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주자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9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선주자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에 비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차기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초조함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이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재부상으로 대선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위협 받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굳건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대선에 등판할 경우 이 지사의 본선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민주당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21대 총선 직후까지만 해도 이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에게 크게 뒤졌다.

그러나 이낙연 위원장의 지지율은 지난해 중후반기를 거치며 빠지기 시작했고, 이 같은 흐름은 민주당 지지층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 위원장의 하락과 동시에 이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탔고 이 지사 우위로 상황이 역전됐다. 이 같은 흐름은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온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급상승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12∼13일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재명 지사(48.6%)는 이낙연 위원장(31.7%)을 16.9%차이로 여유 있게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듯 보이지만 이 지사는 여유 있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를 둘러싼 ‘루머’가 잊을만 하면 한번씩 불거지면서 그를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 지사의 최대 과제는 친문과의 관계 회복 문제가 꼽혀왔다. 이 지사는 지난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과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친문 세력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대선주자로 낙점을 받으려면 친문 세력과의 화해가 필수다.

이 때문에 이 지사도 재난지원금 문제 등 굵직한 주요 정국 현안에 있어서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해왔다. 정부여당과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면서도 정부여당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선’을 넘지는 않았다.

이 지사는 또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문 대통령님께서 그 자리에 계신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문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을 수포로 만들만한 일이 자꾸 터지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이재명 지사를 둘러싸고 민주당 지지층과 친문 세력의 분노를 불러올 만한 각종 ‘배후설’ ‘음모론’이 떠돌았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청 주관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최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의 갈등설과 LH 사태 폭로 배후설 등이 제기되자 “가짜뉴스”라고 반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청 주관 경기도 국회의원 초청 정책협의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사 측은 최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과의 갈등설과 LH 사태 폭로 배후설 등이 제기되자 “가짜뉴스”라고 반발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이재명, 배후설 진화에 진땀

지난 5일 강원 춘천시 중앙시장에서 이낙연 위원장에게 계란을 던진 단체가 1년 전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행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조직’이 움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기도청은 논란이 확산하자 공식 블로그에 “중도유적지킴본부는 경기도와 무관하다”고 해명에 나섰다.

또 최근 한 언론은 이낙연 위원장의 당 대표로서의 마지막 당무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과 이 위원장 측이 좌석 배정 문제로 험악한 분위기 속에 충돌 직전까지 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의혹 폭로 ‘배후설’까지 불거졌다. 최근 SNS와 정보지 등에 퍼진 ‘배후설’은 ‘LH 사태’ 폭로 배후에 이재명 지사가 있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LH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서정민 변호사가 이 지사 측 ‘가짜뉴스 대책단장’을 맡고 있고, 김남근 변호사도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이 배후설의 근거였다. 이 지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 구도를 만들기 위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 사태를 의도적으로 폭로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최근 이 같은 근거 없는 ‘배후설’이 퍼지면서 이재명 지사 측은 “가짜뉴스” “지상 최대의 이간 작전”이라고 반발하며 진화에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무회의에서 이낙연 위원장 측과 좌석 배정을 놓고 충돌 직전까지 갔다는 보도에 대해 “갑자기 민주당 내 갈등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낭설과 가짜뉴스가 넘쳐나고 있다”면서 “지상 최대의 이간 작전이 시작됐다”고 작심 비판했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LH 폭로 배후설’에 대해 “팩트와 논리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음모론”이라며 “제보를 받고 민변 차원에서 진행된 투기와의 전쟁에 이 지사를 끌어들이려는 저열한 추측성 폭로와 공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LH사태와 경기도 및 이 지사측은 아무런 관계도, 협의도 없었다”면서 “단 하나의 근거와 사실, 논리와 팩트 없이 오로지 이 지사 흠집내기를 목적으로 진행 중인 폭로공작설이나 무분별한 의혹 제기를 멈춰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해야만 하는 이 지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각종 ‘루머’가 제기되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실이 아님에도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친문 세력에게 이 지사에 대한 거부감을 더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 지사를 둘러싼 ‘루머’가 끊이지 않는 것은 민주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펼쳐질 민주당의 권력 다툼의 예고편이라는 시각도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17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렇다’라고 일을 꾸미는 사람들과, ‘그게 아니다’라고 해명을 하는 사람들은 싸울 수밖에 없고,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여권의 내부 분열이 시작된 상징적인 의미라고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후설이 퍼지면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심을 갖게 만들 수 있다”며 “친문 세력이 그런 의심을 갖고 있으면 대선 경선에서 이 지사 지지를 꺼려할 수 있고, 이 지사가 경선에서 이기더라도 민주당이 흔쾌하게 하나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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