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웅섭 사장이 이끄는 일동제약이 규정에 어긋난 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은 데 이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일동제약 홈페이지
윤웅섭 사장이 이끄는 일동제약이 규정에 어긋난 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은 데 이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일동제약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아로나민’ 등의 제품으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중견 제약사 일동제약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피임약 다온이 또 다시 광고 관련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데 이어 윤웅섭 사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의 정조준을 받게 된 것이다. 제약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 위상을 떨쳤던 이정치 회장이 은퇴를 앞두면서 윤웅섭 사장의 존재감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 피임약 광고로 행정처분 받은 일동제약, 검찰 압수수색까지 

일동제약은 최근 자사 피임약 다온을 광고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어겨 해당 품목 광고업무정지 1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기간은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다.

지난해 5월 피임약 ‘다온정’과 ‘바라온정’을 출시한 일동제약은 광고마케팅 활동의 일환으로 브랜드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글짓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의 주제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피임과 성, 사회적 편견이었다. 일동제약 측은 여성들을 응원하고 여성들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공모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일동제약은 이 같은 공모전을 진행하며 매달 10명을 선정해 커피 기프티콘 경품을 제공했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겐 블루투스 이어폰이 제공되기도 했다. 

문제는 일동제약이 의약품 제품명을 버젓이 명시한 채 경품이벤트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78조에 따르면, 경품을 제공하는 의약품 광고는 금지된다.

일동제약은 앞서도 다온 광고와 관련해 한 차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지난해 선보인 유튜브 광고가 여성에게 피임 책임을 전가시키는 내용이란 지적을 받은 것이다. 결국 일동제약은 해당 광고를 즉시 중단했다.

이처럼 규정에 어긋난 광고로 행정처분을 받은 일동제약은 검찰 압수수색이란 더 큰 암초까지 마주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일동홀딩스와 일동제약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은 서울 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가 단행했으며, 각종 문건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그리고 윤웅섭 사장 등 임원들의 휴대폰 및 이동식저장장치 등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일동제약이 2016~2017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오너일가를 위한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지주사인 일동홀딩스는 상장 자회사인 일동제약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야 하는 규정을 충족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런데 일동제약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공개매수 참여가 저조했고, 오너일가만 참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의 참여를 막기 위해 주가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게 핵심 의혹이다.

오너 3세 윤웅섭 사장은 지주사체제 전환과 함께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승계에 방점을 찍은 바 있다. 이어 최근엔 ‘샐러리맨 신화’를 써온 장수 CEO 이정치 일동홀딩스 회장이 물러나기로 하면서 윤웅섭 사장의 존재감이 한층 무거워지게 됐다. 이정치 회장은 오는 26일 열릴 예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고 은퇴할 예정이다. 

바로 이 같은 시점에 윤웅섭 사장의 승계와 직결되는 문제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일동제약그룹엔 서늘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어떤 것도 사실로 확정되지 않았고,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라며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된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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