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지난해 7월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장마면 인근 박 전 시장의 생가에 도착해 장지인 선친묘소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위패와 영정이 지난해 7월 13일 오후 경남 창녕군 장마면 인근 박 전 시장의 생가에 도착해 장지인 선친묘소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박원순 전 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채 스스로 생을 마감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이번 선거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만큼 민주당의 후보 공천 자체부터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박 전 시장 사건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2차 가해’ 논란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잡음을 일으켰고, 이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주요 공격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계승”을 선언했고,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의 족적은 눈부시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특히 무엇보다 거센 비판을 불러온 것은 민주당 인사들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했다는 점이다. 야당은 민주당 소속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이 박 전 시장 사건 초기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칭했다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공격을 가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에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의 기자회견 후 9시간 반 만에 사죄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대응 태도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비쳐졌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거듭된 사죄 입장에도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 받고 있다.

민주당이 ‘박원순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앞서 불거졌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 때와는 다르다. 추미애 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8년 3월 안희정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 씨가 성폭행 피해 사실을 폭로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당일 곧바로 출당 및 제명 조치를 결정하는 등 강경한 조처를 했다. 지난해 4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도 오 전 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당일 민주당이 사과 입장을 밝히며 몸을 낮췄다.

안희정 전 지사는 대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고 관련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한 오거돈 전 시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민주당은 이들의 성비위 파문에 대해 더 이상 어떤 변명의 말도 덧붙일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원순 전 시장 사건의 경우는 당사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해버렸기 때문에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 지지자들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그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내를 드러내왔다.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의 길을 걸었던 그의 생전 족적을 생각해봤을 때 그의 어떤 해명도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 모든 사태를 자초한 사람은 바로 박원순 전 시장이다. 또 ‘박원순 사건’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졌을 때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국민이다. 국민들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서 발생하는 성비위 파문에 대해 더 큰 실망과 충격을 느끼는 것은 평소 그들이 보수진영보다 더 도덕적 우위에 있음을 자부해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이번 사건을 철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말대로 ‘20년 장기집권’을 바란다면 입으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행동은 그렇지 못한 이중적 태도로 더 이상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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