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악취 잡는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 ESG 산업군 ‘주목’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A농장(양돈시설)은 돈분장에 침출수가 고이는 등 축산악취 민원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사진 좌측). 하지만 2018년 8월,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을 양돈 축사와 돈분장에 약 30일간 도포한 결과 질소 성분이 함유된 돈분 함수율이 줄고 침출수가 사라지는 효과로 사람이 돈분장에 들어가서 거닐 정도로 악취제거 효과가 입증됐다(사진 우측). / (주)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A농장(양돈시설)은 돈분장에 침출수가 고이는 등 축산악취 민원발생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사진 좌측). 하지만 2018년 8월,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을 양돈 축사와 돈분장에 약 30일간 도포한 결과 질소 성분이 함유된 돈분 함수율이 줄고 침출수가 사라지는 효과로 사람이 돈분장에 들어가서 거닐 정도로 악취제거 효과가 입증됐다(사진 우측). / (주)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시사위크|용인=김은주 기자]  봄철이 되면서 축산농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른 가축분뇨 악취도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악취 피해를 호소하는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부담스런 대목이다. 악취민원의 상당수는 ‘가축분뇨’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각 지자체들은 가축분뇨 관련시설로 인한 환경오염 예방과 민원해소를 위해 집중점검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용인시에서 ‘악취민원 최다’라는 오명을 얻었던 한 양돈장의 축산악취 저감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5일 ‘가축분뇨법(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본격 시행을 앞두고 각 시군구 지자체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 가축분뇨 악취에 민원 빗발… ‘혐오시설’ 오명도 

“3년 전만 해도 (가축분뇨) 악취 때문에 농장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농장에서 1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곳까지 냄새가 퍼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A농장 인근 주민은 당시를 떠올리며 “말도 말라” 손사래를 쳤다.

약 3,500㎡(1,000여평) 부지에 4동의 밀폐형 돈사와 1동의 개방형 사육시설을 갖춘 A농장은 2,000두 규모의 돼지를 키우고 있다. 약 200톤의 돈분 집하 시설(돈분장)과 1,000톤의 액비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는데, 분뇨시설이 야외에 상시 개방된 구조로 돼 있는데다 장기간 야적된 분뇨가 부숙(腐熟 퇴비화 하기 위해 썩히는 것)하는 과정에서 악취가 심해지면서 주변의 불만과 원성을 사왔다. 2018년만 해도 A농장은 용인시 ‘악취민원 최다’라는 오명을 얻을 정도로, 민원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A농장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축산농가는 가축분뇨로 인한 악취로 인해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실제 전북 익산시의 경우 지난해 말 신고된 악취민원 데이터 분석한 결과, 분뇨 및 가축분뇨 계열이 전체 민원의 79.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분뇨와 가축분뇨 계열 악취는 71.8%에서 79.8%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안성시 역시 가축분뇨로 인한 민원이 전체 악취 민원의 66%를 차지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과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들어 각 시군구에서 가축분뇨 배출 및 처리시설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축산농가의 악취는 대부분 가축분뇨 및 축사 관리 미흡에 따른 것으로 알려진다. 농식품부와 축산환경관리원 등이 지난해 5월 19일부터 6월말까지 악취 농가를 점검한 결과, △가축분뇨 및 축사 관리 미흡 △시설노후화 △소독·방역 미흡 △사육밀도 미준수 등이 주요 악취원인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2018년 악취저감 효과를 공식적으로 실증하기 위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 및 시의회 의원들이 양돈장의 돈분장 앞에서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 개발자 김옥균 박스(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주)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사진은 2018년 악취저감 효과를 공식적으로 실증하기 위해 경기 용인시 처인구청 관계자 및 시의회 의원들이 양돈장의 돈분장 앞에서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 개발자 김옥균 의학박사(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공동대표)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주)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 가축분뇨, 악취문제서 나아가 토양·환경오염 우려 ↑

사실 가축분뇨의 처리는 축산농가 입장에서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적정시설 가축분뇨 배출시설과 처리시설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분뇨를 규정대로 모두 처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축분뇨의 장기 야적은 악취민원에서 나아가, 침출수로 인한 토양·환경오염 등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국내 축산농가의 규모화 및 도농복합 지역의 증가로 가축분뇨 발생량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2014년 4,623만톤이던 가축분뇨는 △2016년 4,699만톤 △2018년 5,101만톤에 이어 △2019년 5,184만톤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와 맞물려 도농복합화가 진행되는 지자체들은 기존 사육시설 농장주와 인근에 새롭게 들어선 전원주택이나 휴양시설 주민과의 갈등 및 민원이 주요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악취 민원은 2013년 △2,604건에서 △2015년 4,323건 △2017년 6,112건 △2018년 6,718년으로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도되고 있는 대부분의 악취제거 방식은 일시적으로 냄새를 없애는 수준에 그치거나, 다량의 화학약품까지 사용하기 때문에 2차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A농장의 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A농장은 지난 2018년 ‘축산악취 저감 실증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불과 두 달여만에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당시 실증사업엔 미생물 배양 기술을 연구해온 ㈜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공동대표 김옥균·이수한)가 참여했다. ㈜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는 의학박사들과 축산전문가로 구성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연구진은 10년 연구 끝에 복합배양 미생물을 이용해 축산악취를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에 나선 상태다. 이수한 ㈜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MMC-1080)은 미생물 종균이 복합배양 방식으로 자라면서 수백가지 종균으로 분화, 축산악취의 원인이 되는 암모니아는 물론 악취측정기로 나타나지 않는 악취유발 요소도 미생물이 분해해 악취를 원천제거 하는 원리”라고 설명했다. 업체 측은 축산악취로 시달리는 관계기관과 축산농에게 일정기간 구매조건부 무상 실증사업을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3월 중순, 기자가 A농장을 방문했을 당시 축산농가에서 흔히 풍기는 악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적당히 건조된 톱밥 느낌의 분뇨 더미(사진 정면과 우측)는 가축의 질퍽한 분비물(오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바닥엔 침출수도 전혀 없어 돈분장 안을 오가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 용인=김은주 기자
3월 중순, 기자가 A농장을 방문했을 당시 축산농가에서 흔히 풍기는 악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적당히 건조된 톱밥 느낌의 분뇨 더미(사진 정면과 우측)는 가축의 질퍽한 분비물(오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바닥엔 침출수도 전혀 없어 돈분장 안을 오가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 용인=김은주 기자

◇ “유기물 분해 방식, 냄새 물질 원천 차단”

업체 측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약 2개월간 희석식 액상형태의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을 용인시 A농장 돼지 축사와 돈분장 등에 집중 살포한 결과, 축산악취의 양상이 바뀐 사실을 확인했다. 여기에 돈분장 바닥에 흥건히 고였던 침출수가 없어지고, 돈분 역시 기존과는 다르게 부숙됐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 같은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그해 10월 용인시 처인구청장을 비롯해 시의원들은 직접 A농장을 방문, 검증에 나서기도 했다.

A농장은 2018년 당시만 해도 축산악취 발생으로 반경 1km 안팎의 농장 주변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혐오시설이었지만, 현재는 농장 내 돈사 바로 옆 약 990㎥(300평) 규모 텃밭에서 주민들이 농산물을 소일거리로 경작하는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탈바꿈했다. “축산분뇨 악취를 한 번 맡아본 사람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라는 게 현장 주민의 말이다. 2018년 ‘악취민원 최다’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던 A농장은 2021년 현재, 악취 관련 민원이 ‘0’건인 상태다.

실제 기자가 취재 차 A농장을 방문했을 당시, 축산농가에서 흔히 풍기는 악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적당히 건조된 톱밥 느낌의 분뇨 더미는 가축의 질퍽한 분비물(오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바닥엔 침출수도 전혀 없어 돈분장 안을 오가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김옥균 의학박사는 “현행 (미생물이나 EM류를 사용한) 악취제거 방식은 일부 악취유발 물질(암모니아 등)에만 대응하므로 대량으로 살포해도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노출한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패균의 먹이(유기물) 자체를 없애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반면 우리가 개발한 복합배양 미생물은 살아있는 미생물로, 이를 분뇨에 직접 뿌려서 분뇨에 아직 남아있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부패균이 부패를 시킬 수 있는 먹이(유기물) 자체를 없애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기존 악취제거 방식에 사용되는 미생물들의 타깃은 암모니아·메탄 등 냄새가 나는 ‘가스’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냄새 분자를 없애 악취를 해소 할 순 있지만, 향후 부패균에 의해 추가적으로 가스(냄새)가 발생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는 “악취를 일으키는 원인 분자의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면서 “하지만 기존의 악취측정 방식은 메탄이나 암모니아 같은 특정 분자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악취분자 제거해) 기계 수치로는 (악취수치가) ‘0’이어도 사람들 입장에선 냄새가 코를 찌르는 상황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지난 수십년간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저감 노력이 이어졌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를 이런 때문으로 보고 있다.

A농장은 2018년 당시만 해도 축산악취 발생으로 반경 1km 안팎의 농장 주변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혐오시설이었지만, 현재는 농장 내 돈사 바로 옆 약 990㎥(300평) 규모 텃밭에서 주민들이 농산물을 소일거리로 경작하는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탈바꿈했다(사진 좌측). 사진 우측은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텃밭의 모습으로, 봄을 맞아 여러가지 농작물이 경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용인=김은주 기자
A농장은 2018년 당시만 해도 축산악취 발생으로 반경 1km 안팎의 농장 주변조차 접근하지 못하는 혐오시설이었지만, 현재는 농장 내 돈사 바로 옆 약 990㎥(300평) 규모 텃밭에서 주민들이 농산물을 소일거리로 경작하는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탈바꿈했다(사진 좌측). 사진 우측은 기자가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텃밭의 모습으로, 봄을 맞아 여러가지 농작물이 경작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용인=김은주 기자

◇ 25일부터 ‘가축분뇨법’ 시행… 실질적 축산악취 저감 노력 절실

이수한 대표는 축산악취 저감을 위해선 ‘사업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축산악취 문제 해결 없이는 축산업의 지속적인 유지, 발전이 어렵다”면서 “이미 수십년에 걸쳐 미생물을 이용한 악취저감 노력이 이어졌으나 성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뤄져야 하고, 효과가 확인되면 행정지원이 반드시 뒤따라 사업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 악취를 줄이기 위해선 축산농가의 인식 변화와 함께, 축산업자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절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축산분뇨의 악취를 제거하고 부숙도를 충족할 수 있게 되면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은 물론, 농가에 귀중한 비료 자원이 될 수 있다”면서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축산업 기반을 약화시키는 축산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선 관계부처나 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등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이 글로벌스탠더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적 기술력의 친환경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 원천물질에 대해 국내 대기업은 물론 인도·중국·중동의 정부와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친환경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의 적용범위는 축사 및 대규모 양계장을 비롯해 농축수산은 물론 음식물쓰레기, 하수종말처리장의 악취문제 등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프온바이오로직스 측은 용인 외에도 경남 남해, 홍성, 가평(축산·양계농장) 외 다수 농가에 복합배양마이크로바이옴을 적용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경축순환농법의 확장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오는 25일부터 이른바 ‘가축분뇨법(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용인시 A농장의 사례는 각 시도군 지자체의 관심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축분뇨법’은 가축분뇨를 적정하게 처리해 환경오염과 악취발생을 막고 퇴비 품질을 높여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업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 1년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3월 25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에 따라 축산농가는 반드시 배출시설 규모별로 퇴비부숙도 기준에 의한 검사를 완료하고 충분히 부숙된 퇴비만을 농경지에 살포해야 한다. 준수사항 위반 시에는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농가 11만4,000호 중 부숙도 적용대상은 4만9,030호로 전체 42.8%를 차지한다. 이 중 부숙 관리가 미흡했던 농가는 1만8,193호였으며 교반장비가 부족한 농가는 3,348호, 퇴비사 공간이 부족했던 농가는 2,658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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