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천장 수여식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등이 민주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공천장 수여식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등이 민주당 지도부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월 재보궐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민심 악화를 자극할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후폭풍이 거세게 불자 민주당은 LH 특검과 국회의원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며 반전을 모색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LH 사태를 채 수습도 하기 전에 이번에는 보수진영에서 문재인 정부가 전국의 아파트 공시지가를 올려 ‘세금 폭탄’을 터뜨렸다고 거센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본래 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묻혔다고 생각한다”면서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이 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라며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공을 들여왔던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재보선 투표 동향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답변은 50%,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6%로 집계됐다.

서울에서는 ‘야당 다수 당선’(61%) 응답이 ‘여당 다수 당선’(27%)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부산·울산·경남 역시 ‘야당 다수 당선’(59%)이 ‘여당 다수 당선’(34%)보다 우세했다.

민주당 소속 후보들도 야당 후보들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야권표가 분산되는 3자 대결 구도에서도 야당 후보들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3∼14일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3자 대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35.6%), 박영선 후보(33.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5.1%) 순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가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부산시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48.0%,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32.5%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 ‘샤이 진보’에 기대 거는 분위기도 감지

이 때문에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모두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초조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전남 순천 아랫장을 찾아 “서울, 부산 선거가 중요한데 저희들로서는 아주 마음이 급하게 됐다”면서 “순천 시민들께서도 서울과 부산에 연고가 있거나 아는 분들에게 꼭 전화하셔서 ‘민주당 도와주십사’하는 부탁을 해달라”고 호소했다.

당 대표에서 내려온 이후 공개 활동을 자제해왔던 이해찬 전 대표도 여당 판세가 불리하게 전개되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표를 그만두고 일절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시장 선거가 팽팽해져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처음 방송에 출연을 시작했다”면서 “선대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선거 때까지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지 않는 ‘샤이(shy) 진보’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박영선 후보 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인 진성준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이 막 터지는 상황에서는 민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 “그래서 여론조사 상으로는 잡히지 않는 숨은 진보, 샤이 진보 세력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경우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둘러싼 ‘엘시티 아파트 의혹’이 판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되길 바라는 분위기다.

김영춘 후보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인 전재수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부산시장 선거가 굉장히 요동치고 있다”면서 “박형준 후보의 부인은 왜 아들이 가지고 있는 것(엘시티 아파트)을 자기가 시세보다 저렴한 프리미엄을 주고 샀는지 등에 대해 부산 시민들은 분노하고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여당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여론조사 흐름에 대해 “(계속) 그렇게 가진 않을 것이다. 변동이 있을 것”이라며 “LH 사태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지만 여론이라는 것은 달아오르더라도 숙고의 시간을 갖는다. 그러다보면 차츰 본인들이 지지하던 후보쪽으로 판세가 정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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