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오히려 그의 발언이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측면 지원에 나섰지만 오히려 그의 발언이 야당의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가 4·7 재보궐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다시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좌장인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집필 활동에 주력하며 공개적인 정치 활동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직접 팔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모습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친여 성향의 매체에 다수 출연해 정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표를 그만두고 일절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시장 선거가 팽팽해져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처음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면서 “선대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선거 때까지 하려고 한다”면서 민주당 측면 지원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발언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 ‘시사타파TV’ ‘개국본TV’ 방송에 출연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에 대해 “위에는 맑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 바닥에 가면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있다”며 “그런 것까지 고치려면 재집권해야 그런 방향으로 안정되게 오래 간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9일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유튜브 방송에서는 LH 사태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을 연계해 “우리는 관리를 잘못한 일이지만 오세훈 후보는 자기가 한 일이니 차원이 다르다”면서 "이것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H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흔드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직접 사과까지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LH 사태를 ‘아랫물’ 문제 정도로 축소하고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것은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가 여당의 승리를 점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지금 LH건 때문에 여론 지형이 나쁜 것은 사실이고 이 정도면 역전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선거는 이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셀프보상’ 의혹과 관련해 “거짓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 공직자의 기본이 안 돼 있다”면서 “국장에게 전결권이 있었다는 것은 행정을 전혀 모르거나, 뻔뻔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비판을 가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8일에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야당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고 있는 흐름에 대해 “서울은 우리 후보가 오히려 앞서나가다가 요즘에는 아주 접전이 된 것 같은데 제가 보기에는 어제, 그제 나온 여론조사는 거의 신뢰성이 없는 조사”라고 주장했다.

◇ 이해찬 ‘집토끼 결집’ 메시지, ‘중도층 표심’엔 역효과?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여당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집토끼인 여권 지지층 결집을 의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 후보들이) 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여권의 핵심 리더로서 지지층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멘트가 아니었나. 아주 정치적인 멘트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집토끼’ 결집 메시지가 오히려 중도층에게는 반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당 후보들이 야당 후보에게 열세를 보이며 ‘정권 심판론’이 대대적으로 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메시지가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에 대해 “친문 상왕” “승리 호소인” “윤리 불감증”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종욱 동국대 외래교수는 MBN에 출연해 “LH사태 관련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반성적 성찰 없이 이해찬 전 대표가 저렇게 얘기하면 여당 지지층에게는 사이다 같은 발언일 수도 있지만 중도층이 들었을 때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은 지금 상황에서는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 진보와 보수, 양대 진영이 총결집한 상태고 중도층 표심마저 보수쪽으로 합류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은 민주당에 플러스 효과도, 마이너스 효과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왜냐면 이미 진보와 보수가 총결집해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 전 대표의 발언으로 여권 지지층의 결집을 더 기대할 부분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전 대표의 언행은 중도층 표심에 마이너스 효과를 낼 법한 요소가 있지만 사실 지금 반민주 성향의 중도층은 이미 ‘안철수 효과’로 보수쪽으로 결집되고 있는 양상”이라며 “이미 민주당이 빼앗길 중도표는 대거 반대 쪽으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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