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롯데케미칼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지난해 부진한 실적으로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사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불거져서다. 최근 롯데케미칼 직원 2명이 한 계약직 직원에게 운전이나 담배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을 시키거나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운전에 담배심부름 요구까지… 롯데케미칼 직원들, 계약직 직원에 갑질 논란  

최근 직장인 익명앱인 ‘블라인드’에는 관련 내용이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피해자의 지인이라고 소개한 글 게시자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직원 2명이 계약직 직원 A씨에게 부당한 개인적인 심부름과 지속적인 괴롭힘 행위를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우선, 글 게시자는 롯데케미칼 책임직급 직원 B씨가 A씨를 자신의 운전기사처럼 부려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자신이 출·퇴근하거나 개인적인 볼일이 있을 때 A씨를 불러 서슴없이 운전을 시켰다는 주장이다. 심지어, A씨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날에도 B씨의 이 같은 운전 요구는 이어졌다고 게시자는 주장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B씨가 술 약속이 있을 때도 사정은 같았다. 게시자는 “A씨는 B씨가 술 약속이 있으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옷을 갈아입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린 다음, 약속 장소까지 태워다 줘야 했다. 또 술자리가 끝나면, 다시 데리려 가야 했는데, 평소보다 늦을 때면 질책을 가하기도 했다. 운전 중에는 술에 취한 B씨로부터 욕설을 듣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B씨가 평소에는 A씨를 집에 불러 침대나 가구를 옮기는 잡다한 심부름도 시켰다고도 했다.  

게시자는 “B씨는 A씨가 운전기사를 할 때, 고맙다는 말을 건네거나 금전을 지급한 적도 없다”며 “1년을 넘는 시간 동안 (A씨가 운전기사 노릇을 할 때) 기름을 한 번 넣어준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해당 사안 외에도 수많은 피해를 겪어 작년 7월부터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라고 말했다.  

게시자의 주장에 따르면 A씨가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은 B씨가 정규직 전환에 대한 평가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시자는 “B씨는 A씨가 잘못을 하면 ‘정규직 전환을 시키지 않겠다’고 말하거나 ‘본인을 잘 보필해야 정규직 전환 서류에 사인을 해주겠다’는 말을 평소에 공공연히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주임급 직원 C씨의 괴롭힘 행위에 대한 폭로도 이어졌다. 주임급 직원 C씨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흡연 사실을 숨기기 위해 A씨에게 담배를 맡겨놓고, 필요할 때마다 전화를 걸어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을 샀다. 이외에도 밥을 먹자고 수시로 호출하거나, 출퇴근 버스를 타지 못하게 눈치를 주는 등 추가 괴롭힘 의혹도 제기됐다. 

게시자는 이로 인해 A씨가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게시자는 “피해자는 반년이 넘는 기간 정신과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A씨는 B씨와 C씨 등을 만나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려, 이들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일찍 사무실에 출근해 공장으로 업무에 나가며, 모두가 퇴근한 이후에 사무실에 들어가 퇴근을 해왔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해당 공장 관리자 중 일부가 이 같은 논란을 덮으려고 하고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 실적 부진 심란한데… 김교현 대표, 조직관리 리더십 시험대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히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 될 수 있다. 사내 괴롭힘 행위는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해당 법에 따르면 사용자나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 등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사내에서 불거진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이번 논란에 대해 “사실 관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해 사실관계를 면밀히 조사 중인 상태”라며 “현재로선 뭐라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사실로 확인될 시, 엄중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지난 3월 대산공장에서 화재사고가 발생, 10개월간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큰 손실을 봤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까지 겹쳐 작년 실적이 크게 고꾸라졌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1조1,073억원)대비 67.8%나 급감한 3,569억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김교현 대표이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김 대표는 지난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변화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같은 날 외부에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알려지면서, 김 대표는 심란한 상황을 면치 못하게 됐다. 사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조직 관리에 다소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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