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가 지난해 10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가 지난해 10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가족 간 경영권 분쟁 양상에 휩싸이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가 지난해에만 100억원에 가까운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를 저지르고 회사를 혼란에 빠뜨린 장본인들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 건강에 물음표 붙은 조양래 회장, 보수는 ‘39억’

한국타이어그룹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와 핵심계열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양래 회장과 조현식 부회장, 조현범 사장 등 오너일가 3명은 지난해 총 95억3,0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먼저, 조양래 회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39억7,2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는 모두 근로소득이며 15억9,800만원의 급여와 23억7,100만원의 상여, 300만원의 기타 근로소득으로 나뉜다.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에서 30억3,200만원, 조현범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서 25억2,6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 역시 모두 근로소득이다. 조현식 부회장은 급여 12억2,000만원, 성과금 18억1,000만원, 기타 근로소득 200만원을 받았고, 조현범 사장은 10억1,700만원의 급여와 15억900만원의 상여를 받았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이 같은 보수의 산정기준 및 방법에 대해 “이사보수한도 범위 내에서 직급, 직책, 수행직무의 가치, 회사에 기여한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임원보상체계에 따라 급여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상여의 경우 단기성과 및 장기성과에 따른 산정기준 및 방법이 제시됐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가 최근 보여 온 행보는 이 같은 보수에 물음표가 붙게 만든다.

우선, 한국타이어그룹 오너일가 2세 두 형제는 2019년 말 비리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특히 조현범 사장은 2019년 11월 구속돼 지난해 3월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을 대가로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였고, 조현식 사장은 누나가 미국법인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급여를 지급한 혐의였다. 

또한 당초 나란히 3세 후계구도를 형성해오던 두 사람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 양상을 드러내며 한국타이어그룹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했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해 6월 부친으로부터 지주사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단독 후계자로 급부상했고, 조현식 부회장은 이에 맞서 부친에 대한 성년후견 심판에 가세했다. 최근에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서로 다른 안건을 제시하며 대립양상을 이어오고 있다. 

가장 많은 보수를 수령한 조양래 회장은 건강에 물음표가 붙은 상태다.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이사장과 조현식 부회장은 조현범 사장에게 모든 지분을 넘긴 조양래 회장의 건강상태에 문제가 있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신청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서도 “건강이 좋지 못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자식된 도리로 (성년후견 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그룹은 지난해 사명을 재차 변경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2019년 야심차게 변경했던 사명이 기존 중소기업 사명과 겹치면서 분쟁에 휩싸였고, 법원에서 줄줄이 패소한 끝에 결국 지난해 사명을 재차 변경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타이어그룹은 기업 위상에 중대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적잖은 비용까지 낭비하고 말았다. 이러한 사명 변경은 오너일가 3세 시대 개막에 발맞춰 이뤄진 것으로, 오너일가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한편,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오는 30일 나란히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안건 중에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도 포함돼있다. 한국앤컴퍼니는 70억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0억원이다. 

이에 대해 매년 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를 권고하고 있는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반대를 권고했다. 독립된 보수심의기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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