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4.7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열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 출정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4.7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서울 구로구 구로디지털단지 지플러스타워 앞에서 열린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유세 출정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재보궐선거 판세가 더불어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와 이 위원장의 대권 가도 운명은 직결돼 있다. 이 위원장은 당 대표를 맡아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 개정을 주도하고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만약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이 위원장도 그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이 위원장의 대권 가도에 다시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밀리고 있는 대선주자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면 이 위원장은 반드시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한다.

그러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보선을 앞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정권심판론 바람이 재보선 선거판을 휩쓸고 갈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민주당 후보들은 국민의힘 후보들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야권 단일후보 선출 이후인 24일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를 실시한 결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5.0%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36.5%를 얻는데 그쳤다. 두 후보 간 격차는 18.5%포인트였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상황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올인했던 ‘가덕도 신공항’ 이슈는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입소스(IPSOS)가 중앙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두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냐’고 물은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48.0%)와 김영춘 민주당 후보(32.5%)의 지지율 격차는 15.5%포인트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이낙연 호소, 민심 움직일까

이 때문에 이낙연 위원장의 국민들을 향한 지지 호소 메시지는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다. 이낙연 위원장은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5일 페이스북에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올렸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절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을 뵙겠다”며 “후회 없이, 남김없이, 모든 것을 다 쏟으며 골목과 거리를 찾겠다. 잘못은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며, 미래를 다부지게 개척하겠다. 도와주시라”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전남 순천을 방문해서도 “서울, 부산 선거가 중요한데 저희들로서는 아주 마음이 급하게 됐다”면서 “순천 시민들께서도 서울과 부산에 연고가 있거나 아는 분들에게 꼭 전화하셔서 ‘민주당 도와주십사’하는 부탁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이 같은 절박한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선거 판세는 쉽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집중 공격하고 동시에 4차 재난지원금 등 민생 정책으로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LH 사태 후폭풍이 워낙 거세 성남 민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은 쉽지 않은 선거다. 워낙 외부 요인의 바람이 거세다보니 민주당 자체의 전략으로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주당이 민생 정책, 민생 공약을 내놔도 당장 유권자들 눈에 쏙쏙 들어오지는 않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이낙연 위원장은 후보들을 바라보면서 응원하고 전략 정도를 세울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대목에서 다소 좌절감을 느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위원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재보선 성적표가 대권 가도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인데 지금 어떤 마음인가’라는 질문에 “저를 위해서라기보다 당인으로서 당연히 제가 할 바를 해야 되고, 더 노력해야지 더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당 대표에서 내려온 후 공개적인 정치 활동을 자제하던 친문 좌장 이해찬 전 대표가 재보선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하면서 이낙연 위원장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최근 친여 성향의 매체에 다수 출연해 “대표를 그만두고 일절 방송 출연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시장 선거가 팽팽해져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처음 방송 출연을 시작했다”면서 정국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두아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지지층 결집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해찬 전 대표가 소환된 게 아닌가 싶다”며 “이 전 대표는 기본적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 존재감이 강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이낙연 위원장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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