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국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임박하자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도 분주하고 움직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에 제약이 있는 이재명 지사가 ‘친이재명계’ 인사들을 동원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측면 지원에 나선 모습이다.

당초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의 선거로 인식돼왔다. 이 위원장은 당 대표를 맡을 당시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무공천’을 규정한 당헌 개정을 주도하고 공천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같은 이유로 이번 선거 승패와 이낙연 위원장의 대권가도 운명을 연결짓는 분석이 많았다.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이낙연 위원장도 재도약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이낙연 위원장이 위기를 맞으면서 이재명 지사의 대권주자 입지가 더욱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재명 지사가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관망하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 지사는 측면 지원 방식을 통한 선거전 참전을 택했다.

◇ 박영선 측면 지원이 ‘실보다 득’ 판단한 듯 

이재명 지사는 지난 24일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민자도로 운영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뒤 국회 의원회관 민주당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서 박영선 후보를 만났다.

이 지사는 박 후보와 커피를 마시며 함께 국회 경내를 거니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지사는 박 후보의 공약인 ‘서울시민 1인당 10만원 보편적 재난위로금 지급’ 등을 놓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지사는 박 후보에게 재난위로금 정책에 대해 “다른 지방정부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정책방향을 그렇게 정한다고 하니 정말 반가웠다”고 동질감을 표했다.

정성호·김병욱·임종성·이규민·김남국 의원 등 친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경기 지역 의원들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박영선 후보 캠프를 방문했다. 박 후보는 이들과 면담을 갖고 전폭 지원을 요청했다.

친이재명계 인사들은 박영선 후보 선거 캠프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이규민 의원은 박영선 후보 선대위 서울중소기업육성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고, 이동주 의원도 소상공인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박 후보의 책 ‘박영선과 대전환’에 대해 “정치인 박영선의 철학과 비전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며 “이 책은 국회의원을 거쳐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 줄기차게 지켜오던 ‘연결과 상생’의 원칙으로 더불어 잘 사는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밝히는 ‘박영선 생각 설명서’가 아닌가 싶다”고 소개했다.

이 지사는 지난 17일에는 지난해 7월 박 후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방문해 투자 지원 확대를 약속한 경기 평택시 한 스마트팜(Smart Farm) 업체를 방문한 뒤 “깜짝 놀랐다”며 “스마트팜을 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지사가 이처럼 서울시장 보선 측면 지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민주당의 선거 패배로 이낙연 위원장이 상처를 입고 조기에 낙마하는 게 이 지사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위원장이 이탈할 경우 야권의 공격이 이 지사에게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민주당의 운명을 가를 대선급 선거에 자신도 어떤 식으로든 기여해야 민주당 지지층, 특히 친문 지지층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폭로 배후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지사가 박영선 후보 측면 지원에 나선 이유는 이 같은 배후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이 지사 측은 ‘LH 폭로 배후설’에 대해 “사상 최악의 음모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6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고 해도 또 패배한다고 해도 측면 지원을 하는 것이 이 지사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 이낙연 위원장의 입지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지사가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당후사의 모습, 당의 승리를 바라는 모습을 계속적으로 보여주는 게 민주당 지지자 결집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 지사가 만약 손놓고 있다가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너는 한 게 무엇이냐’라는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YTN에 출연해 “이번 선거가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고 많이 평가를 하지 않나”라며 “대선주자들이 어느 정도는 일정한 역할을 해줘야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재명 지사가 힘을 보태주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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