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열세인 보궐선거 국면을 뒤집기 위해 연일 ′읍소′에 나서고 있지만 진정성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렇게 적었다. 180석 거대 여당의 선거를 이끄는 수장이 사과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보궐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조급함을 느꼈기 때문일 테다.

‘반성’이라는 말까지 꺼낸 것을 보니 위기감은 생각보다 더한 듯하다. 이 위원장은 “민주당은 절박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을 뵙겠다”며 ″잘못은 통렬히 반성하고 혁신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단 이 위원장만이 사과에 나선 것은 아니다. 여당 지도부는 물론 의원들도 저마다 ′국민들의 화를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저자세를 취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반성’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자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 추문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이다. 이들이 연일 ‘지도자의 도덕성’ 문제를 언급하는 것도 이러한 인식에서다. 다른 하나는 ‘부동산 문제’와 그에 기름을 부은 'LH 발 투기 의혹‘이다. 

물론 ‘개인의 일탈’을 당의 문제로 돌리는 것을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당 소속이라고 하지만, 지자체장의 행동을 속속들이 제어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공공기관이라도 그 내부의 일을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현장에서는 애절한데 뒤에서는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는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이 일례다. 임 전 비서실장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두둔하는 가하면,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듣지 않은 셈이다.

어디 그 뿐인가. 이해찬 전 대표는 “거의 다 이긴 선거”라고 하는가 하면, LH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현실”, “위축될 필요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부동산에서조차 ′공정′이 사라진 것에 분노한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여기에 상대 후보에 대해 각종 네거티브를 이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수(數)라고 하지만 오히려 민주당의 반성에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비단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기자뿐만은 아닌 듯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180석 뽐내며 오만방자하게 굴더니 이제 와서 잘못했다고 빌어?”라며 민주당을 직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을 공유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파리가 앞발 비빌 때는 뭔가 빨아먹을 준비를 할 때이고 이놈을 때려잡아야 할 때이다”.

‘반성’이라는 말은 적어도 내가 잘못했다는 전제에서 시작되는 말이다. 의도야 어찌됐건 집권 여당의 행보에 국민들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인 것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다. 민주당이 직접 반성을 꺼낸 이유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위해선 더욱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선 진정성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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