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판씨네마
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판씨네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예측불가하고 치밀한 내러티브에 놀라고, 배우의 압도적인 열연에 또 한 번 놀란다. ‘나이 듦’과 ‘인생’에 관한 보편적이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여운을 곱씹게 한다. ‘21세기 최고의 마스터피스’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은 영화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다.

“나는 런던에서 평화롭게 삶을 보내고 있었다. 무료한 일상 속 나를 찾아오는 건 딸 앤 뿐이다. 그런데 앤이 갑작스럽게 런던을 떠난다고 말한다. 그 순간부터 앤이 내 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잠깐, 앤이 내 딸이 맞기는 한 걸까? 기억이 뒤섞여 갈수록 지금 이 현실과 사랑하는 딸, 그리고 나 자신까지 모든 것이 점점 더 의심스러워진다.”

‘더 파더’는 완벽하다고 믿었던 일상을 보내던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 분)의 기억에 혼란이 찾아오고 완전했던 그의 세상을 의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명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주연작으로, “21세기 최고의 마스터피스”라는 극찬과 함께 전 세계 영화제에서 20관왕, 125개 노미네이트를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더 파더’에서 압도적인 열연을 펼친 안소니 홉킨스. /판씨네마
‘더 파더’에서 압도적인 열연을 펼친 안소니 홉킨스. /판씨네마

영화는 혼란을 유발하는 내러티브와 스릴러적 요소가 끊임없이 뒤섞이며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지극히 평범한 일생을 보내고 있는 안소니의 평온한 모습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가 주변을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믿었던 모든 것이 전복되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안소니의 평범했던 일상이 그의 진짜 과거인지, 왜곡된 기억인지, 꿈인지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객을 극 안으로 끌어당긴다. 

안소니를 단순히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는 화자로만 그리지 않는다. 스스로의 기억과 맞서야 하는 고독한 싸움을 보여주며 관객의 몰입을 높인다. 특히 디멘시아(치매)를 겪는 환자를 관망하는 것이 아닌, 관객 역시 주인공이 겪는 혼란을 고스란히 느끼게 하는 시네마적 경험을 선사한다. 적재적소에 사용된 클래식한 음악부터 집의 변화, 카메라의 시선과 움직임 등은 그런 ‘더 파더’만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드라마와 스릴러를 오가며 빠르게 달리던 영화의 끝엔 ‘나이 듦’과 ‘인생’에 관한 묵직한 통찰을 담아 짙은 여운을 남긴다. 평생을 믿어왔던 모든 것이 흔들리는 것에 혼란을 느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자신의 삶 사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 딸의 모습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세월의 흐름과 변화 앞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에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아리다.

‘더 파더’를 통해 오스카 후보에 오른 안소니 홉킨스(위)와 올리비아 콜맨. /판씨네마
‘더 파더’를 통해 오스카 후보에 오른 안소니 홉킨스(위)와 올리비아 콜맨. /판씨네마

안소니 홉킨스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전율은 느끼지 못했을 거다. ‘더 파더’는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한 플로리안 젤러가 쓴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데, 그는 연극을 스크린에 옮기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안소니 홉킨스를 떠올렸고, 주인공 캐릭터 이름 역시 안소니로 정했다고 한다.

감독의 선택은 100% 옳았다. 안소니 홉킨스는 디멘시아를 겪고 있는 인물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심리를 압도적인 연기로 표현, 등장하는 모든 순간 감탄을 자아낸다. 80대 노인부터 7살 어린아이까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 사람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연기는 왜 그의 이름 앞에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새삼 깨닫게 한다.

안소니의 딸 앤 역을 맡은 올리비아 콜맨도 몰입도 높은 열연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참고로 안소니 홉킨스와 올리비아 콜맨은 각각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러닝타임 97분, 4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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