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감소·영업익 반토막에도 연구개발에 2,261억원… 투자 꾸준히 증대
한미, 상위 10대 제약사 중 R&D 투자비용·매출 대비 비율 최고
바이오신약·합성신약 등 총 30여종 이상 개발, 최근 품목허가 소식도

한미약품은 올해 1분기 매출로 연결회계 기준 2,746억원을 달성했고 공시했다. /한미약품
한미약품이 지난해에도 연구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한미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꾸준히 연구개발(R&D) 부문에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소폭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절반 이하로 급락했음에도 R&D에는 자금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 여타 국내 제약사들의 귀감이 됐다.

한미약품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759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378억원(약 3.5%)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은 549억원(약 52.9%) 폭락했다. 그럼에도 R&D에는 2,261억원을 투자해 전년 대비 163억원 이상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국내 10대 제약사 중 R&D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기업은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단 두 곳뿐이다. 이어 R&D 부문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제약사는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 3개 기업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미약품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 또한 21.0%로, 국내 제약업계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20%를 넘는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이 유일하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매출 타격은 북경한미약품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직접 노출돼 실적이 다소 부진했으며, 상반기 전반적인 매출 및 영업이익 부분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하반기까지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악재에도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에 앞장섰다. 한미약품의 2020년 사업보고서상 회사가 개발 중인 신약 리스트는 △바이오신약 15종 △합성신약 10종 △개량·복합신약 9종(허가완료 2종·허가 신청 중 3종) 등 총 34종에 달한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 중에는 대표적으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에플라페그라스팀)’ △당뇨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전이성 유방암 등 고형암 치료를 위한 경구용 항암 합성신약 ‘오락솔’ 등이 있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한 제품으로, 지난 2012년 1월 지속형 바이오신약 개발 기반 기술인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적용한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에 대한 공동개발 및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약품은 지난 2015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특별시험계획평가(SPA)를 거쳐 당국으로부터 임상3상 수행계획에 대해 최종 동의를 받았다. 이후 2016년 1월 임상3상을 진행해 2018년 4분기 글로벌 임상3상을 완료하고 현재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FDA 허가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롤론티스의 미국 시장 허가와 함께 국내 허가도 동시에 진행했는데,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품목허가를 승인해 국내 33번째, 한미약품 최초의 신약으로 등극했다.

한미약품이 온라인으로 개최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해 코로나 팬데믹 대응 및 자사 신약 R&D 전략 등 올해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 한미약품
롤론티스 원액을 생산하는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사진)에 대한 FDA 현장 실사가 오는 5월 계획돼 있다. / 한미약품

FDA 측도 롤론티스의 미국 시장 허가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FDA는 오는 5월 롤론티스 원액을 생산하는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현장 실사를 계획 중이다.

앞서 FDA 측은 롤론티스 제조 시설에 대한 실사를 지난해 3월로 계획했었으나, 국내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일정을 조정했다. 이후 조정된 실사 일정은 10월 24일 계획됐으나, 이마저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잦아들지 않아 현장 실사는 잠정 연기됐다. 1년 이상 지연된 생산 현장 실사가 오는 5월 문제없이 시행되면 연내 미국 시판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롤론티스에 이어 미국 스펙트럼사에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맺은 비소세포폐암 등 각종 고형암 치료제 다중표적 항암 합성신약 ‘pan-HER(포지오티닙)’은 FDA로부터 패스트트랙 약물로 지정됐다. 현재 연구 단계는 국내 및 글로벌 임상2상이 진행 중이며, 스펙트럼은 포지오티닙의 ‘신약 시판허가신청(NDA)’을 올해 말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가 주목하는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신약 후보 물질도 적지 않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신약 중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품목은 △성장호르몬 결핍증 LAPS-hGH(에페소마트로핀) △선천성 고인슐린증 LAPS-글루카곤 아날로그(HM15136) △단장 증후군 LAPS-GLP-2 아날로그(HM15912) △혈관육종 오락솔(파클리탁셀+엔서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 FLT3(HM43239) 등 5종이 있다.

이 중 전이성 유방암 치료를 위한 경구용 항암 합성신약으로 알려진 오락솔은 혈관육종의 적응증을 추가로 획득하기 위해 미국 및 홍콩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합성신약 FLT3는 현재 글로벌 임상1상을 진행 중이며, 미 FDA에서 2018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바이오신약 중에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에페소마트로핀’이 유럽 임상2상을 완료했으며, 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랩스-글루카곤 아날로그’는 미국 및 유럽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단장증후군치료제 ‘랩스-GLP-2 아날로그’도 미국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굵직한 제약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지난해 1월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사 스탠다임과 AI 기반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은 이를 통해 신약개발 초기단계 시간·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GC녹십자와도 손을 잡았다. 한미약품과 GC녹십자는 지난해 2월 유전성 희귀질환의 일종인 LSD(리소좀 축적질환)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해 ‘희귀질환치료제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해 8월에는 글로벌 제약사 MSD 측과 ‘LAPS-GLP/GCG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제조 및 상용화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계약 규모는 1조원대에 달하며, 한미약품이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 사례는 이번까지 총 4번째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은 앞서 얀센 측과 2015년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으나, 2019년 얀센 측이 권리를 반환한 것이다. MSD 측은 얀센이 반환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에 대해 긍정적인 미래를 전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샘 엥겔 MSD 임상 연구센터 당뇨·내분비내과 총괄 박사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2상 데이터는 이 후보물질이 NASH 치료제로서 개발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해 수십개의 파이프라인을 확립하고,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등 협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꾸준한 R&D 투자가 있었다.

한미약품은 지난 2011년 이후 10년 동안 국내 10대 제약사로 불리는 기업들 중 매년 R&D에 가장 많은 비용을 쏟았다. 한미약품은 2011년 840억원을 R&D 부문에 투자하며, 2010년(443억원) 대비 투자 금액을 약 2배 정도 늘렸다.

이어 2013년에는 국내 제약사들 중 가장 먼저 연간R&D 투자 1,000억원이라는 고지를 밟았다. 또 2019년에는 R&D에 2,097억원을 투자하며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선두주자 자리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사장)는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 여러 어려움도 있었지만, 3년 연속 원외처방 시장 1위 달성을 비롯해 바이오신약 라이선스 아웃, 롤론티스 신약 국내 허가 등 다양한 성과를 내며 내실 있게 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혁신신약 창출과 내실 성장을 이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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