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투표하면 바뀐다”는 메시지를 냈다./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투표하면 바뀐다”는 메시지를 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무심한 듯’ 치밀하게 ‘대권 터닦기’ 작업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이 지난 4일 총장직에서 전격적으로 사퇴하자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전 총장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어떤 방식으로든 4·7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을 지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강연 등을 통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 등과 관련, 여당 비판 메시지를 내며 야권을 우회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의 한 측근은 지난 10일 언론을 통해 “윤 전 총장은 이달과 4월 중에는 특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이 재보선이 끝날 때까지는 정국 상황을 관망하고 선거 결과에 따른 파장을 지켜본 후 정치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사실상 재보선 참전을 선택한 모습이다. 그는 일부 언론을 통해 민주당을 저격하는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야권에 힘을 실어줬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9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보궐선거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잊었느냐”면서 “권력을 악용한 성범죄 때문에 대한민국 제1, 제2 도시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됐다.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그런데도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의 2차 가해까지 계속되고 있다”면서 “잘못을 바로잡을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여권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시민들께서는 그동안 이 모든 과정을 참고 지켜보셨다”면서 “시민들의 투표가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투표하면 바뀐다”라고 야권에 힘을 실어줬다.

◇ 여권 불쾌감 표출… “누군가 기획”

윤 전 총장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도 여당의 최대 악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대해 “(공정해야 할) 게임의 룰조차 조작되고 있어서 아예 승산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이런 식이면 청년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윤 전 총장은 또 최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도 LH 사태에 대해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불공정과 부정부패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 윤 전 총장은 공개 행보를 하지 않는 대신 주로 보수 성향 언론을 통한 ‘언론 플레이’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일부 언론에서는 그의 근황이 꾸준하게 공개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101세 원로 철학자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와 아버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있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 이 전 원장의 아들 이철우 연세대 교수를 만났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김형석 교수와 만난 사진 4장을 조선일보 유튜브 ‘팩폭시스터’를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행보를 두고 사실상 '대권 터닦기'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3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야권에서 차기 대권주자 선순위에 있는 윤 전 총장이 재보선을 앞두고 정부에 비판적 메시지를 낼 것으로 예상했는데 결국 이번 선거 자체가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메시지가 나왔다”며 “이것은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의 출발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총장이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성비위를 일으킨 민주당 소속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때문에 치러진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투표하면 바뀐다”라고 사실상 정권심판론 메시지를 내자 여권에서는 불쾌감이 표출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은 지난 30일 YTN 라디오에서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그 길(대선 출마)에 들어섰다고 보는 게 상식일테고 중간중간 누군가 계산한 듯한 행보를 한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면서 “어제도 한 말씀을 했던데 그런 식으로 누군가의 기획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이 국민이 투표를 통해서 심판해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라는 질문에 “검찰총장을 하고 나온 지가 며칠 되지 않은 분이 정치 개입하는 그런 발언이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라며 “자꾸 그렇게 하면 본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면서 했던 모든 직무 행위, 본인이 임기 중에 사임했던 행위, 모든 것들이 정치적 행위로 오해를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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