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을 비롯한 기본소득당, 녹색당, 미래당, 진보당 등 범진보 정당이 2일 ‘반기득권 공동선언’을 하며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국면 균열을 예고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정의당을 비롯한 기본소득당·녹색당·미래당·진보당 등 범진보 정당이 2일 ‘반(反)기득권 연대’에 나섰다. 이번 보궐선거를 거대 양당의 기득권 타파 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당장 선거를 앞두고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으로서는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4‧7 보궐선거 반기득권 공동정치선언을 통해 “낡은 기득권 동맹에 맞서는 새로운 시민 동맹이 필요하다”며 “재보궐 선거에서 기득권 정치를 심판하자는 호소를 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여 대표는 “선거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강요된 차악이 만들어낸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라며 “민주공화국이 아닌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만들었다. 권력형 성범죄를 묵인하고 반성조차 없는 뻔뻔한 정치, 정치 공황을 밀어붙이는 오만함과 그에 편승하는 비굴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록 거대 양당을 겨냥하기는 했지만, 정치권에선 치명상을 입는 쪽은 민주당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범진보 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국민의힘을 향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하겠지만, 당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 표심이 민주당을 외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직·간접적으로 진보 정당을 향해 손을 내밀던 민주당은 더욱 힘겨워 진 모양새다. /뉴시스 

◇ 다급한 민주당, 선 긋는 정의당

그간 민주당은 당 대표 성추행 사건으로 후보를 내지 않은 정의당 표심을 내심 흡수할 것이란 기대를 해왔다. 

실제로 민주당은 정의당을 향한 직·간접적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거에서 정의당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여 대표가 김태년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을 예방했는데 두 분의 대화가 진솔하고 지금까지 해온 우호당으로서 관계를 더 지속, 발전하자는 건설적인 말씀들이 있었다”고 이러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김 직무대행 역시 전날(1일) “우리 사회의 포용과 도약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과 시민의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단일화에 함께해준 열린민주당의 김진애 후보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님께 감사드린다. 개혁 입법 과정에 함께 해준 열린민주당과 시대전환, 기본소득당, 정의당 의원과 당원께도 감사드린다”고 직접적인 구애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네거티브에도 효과가 없었지만, 오 후보가 ‘용산 참사’ 발언 등을 쏟아내며 ‘샤이 진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심판적 투표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정의당 지지층은 오 후보보다는 박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의당이 직접 선을 그은 데다, 진보 정당들이 연대의 형식을 취하면서 민주당으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전날 김 직무대행의 발언에 대해 “반기득권 공동선언 사실을 모르지 않는 민주당에서 연대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계기로 독자적 정치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난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이번 연대가 단순히 민주당하고 선을 긋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득권 양당의 네거티브 경쟁, 토건 경쟁 등 과거로 회귀하는 상황에 대해 정의당이 갖고 있는 미래 가치를 지지자나 시민들에게 전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