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일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개최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저희는 처절하게 성찰하면서 정책 대안은 당정이 협의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일 국회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개최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저희는 처절하게 성찰하면서 정책 대안은 당정이 협의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정부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국민 사죄 입장을 밝히며 규제완화책을 쏟아냈다. 반면 청와대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당과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대국민호소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여당은 주거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 무한책임을 느끼며, 사죄드린다”며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려는 분께는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 처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주택자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혜택 추가 제공 등 규제 완화 추진 계획을 제시했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집중 유세 현장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의 공시지가 인상률을 최고 10%로 제한하자고 제안했고, 홍익표 정책위의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당에서 적극적으로 어떻게 조정하는 게 합리적인가 검토에 들어갔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2월 중순부터 주택시장이 안정적”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제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주택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나’라는 질문에는 “성공이냐 실패냐를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매우 복합적”이라며 “(집값 상승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고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커지면서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임기 끝나가는 청와대... 대선 앞둔 민주당

이는 민주당 지도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고 규제 완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것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같은 입장차가 당청간 엇박자로 비춰지는 것에는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낙연 위원장은 2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엊그제 저는 부동산 등에서 저희들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를 드렸다”면서도 “저희는 처절하게 성찰하면서 정책 대안은 당정이 협의해 구체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권 내에서는 당청간 이견은 엇박자가 아닌 정책 보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영선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책의 일관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물론 이것이 혼동을 초래하면 안된다”면서 “일관성 가운데에서도 저는 전체적인 세계의 삶 흐름, 도시 흐름에 맞게 유연하게 바꿔가는 것, 이것이 운용의 묘이고 리더로서의 자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상호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은 YTN에 출연해 “박영선 후보나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정책의 큰 틀을 바꾸겠다는 게 아니다”며 “실제로 시장에서 작동하는 걸 보니까 약간의 문제점들이 발견돼서 그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당청이 주요 정책 추진 문제에 있어서 엇박자를 보였던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자 민주당이 이에 반기를 드는 모습이 연출됐다. 당시 친문 인사들까지 청와대 편에 서지 않고 ‘속도조절론’에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레임덕 징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부동산 정책 관련 당청 엇박자도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징후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패배하고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지 못할 경우, 당청간 엇박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기가 이제 1년 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민주당이 일치된 입장을 보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재보선 이후 진행될 새 당대표 및 원내대표 경선, 또 대선후보 경선 등에서 당권·대권주자들이 문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며 정부 정책과 다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미 지난해 21대 총선 때와는 달리 여권에서 문재인 대통령 마케팅이 보기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청간 엇박자는 민주당이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더 가속화될 것”이라며 “청와대는 임기가 끝나가지만 민주당은 내년에 대선, 지방선거를 또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선거에서 국민 마음을 얻으려면 분노한 지점에 대해서는 수정해야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면 청와대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밀어붙인 것을 어떻게 바꾸자고 하겠나”라며 “당청간의 갈등, 내부의 분열, 이것은 레임덕의 가장 상징적인 징후다. 이번 일은 무겁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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