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5일 이사회 결정을 거쳐 모바일 사업부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6년간 이어진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막을 내리게 됐다./ 사진=뉴시스, 편집=박설민 기자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LG전자가 결국 모바일 사업부 철수를 결정했다. 이로써 26년간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양대 ‘휴대폰’ 기업으로 꼽히며 경쟁을 펼쳤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 ‘LG모바일의 예고된 몰락’… 스마트폰 대세 흐름에 늦장 대응이 치명타

LG전자는 5일 이사회 결정을 거쳐 MC사업부문(휴대폰 사업) 생산 및 판매 종료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기존에 예상됐던 사업부 매각이 아닌 자체 철수 절차를 거쳐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부 영업을 공식적으로 종료하게 된다.

LG전자 측은 이번에 모바일 사업부를 철수하게 된 이유를 △휴대폰 사업 경쟁심화 및 지속적인 사업부진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사업으로의 역량 집중 및 사업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가 예고된 바이긴 했으나, 안타깝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1월 세계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세계 최초로 롤러블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롤러블폰이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철수에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특히 지난 1월 세계 IT·가전전시회 CES 2021에서 세계 최초로 롤러블폰을 공개하면서 ‘스마트폰 업계의 새로운 혁신’을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는 모바일 사업부의 마지막 불꽃이 됐다./ 사진=LG전자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LG전자는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을 중심으로 피처폰(스마트폰 이전 휴대폰) 시장에서 최강자로 군림했다. 당시엔 세계 최강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불리는 삼성전자를 오히려 앞서는 모습까지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공개한 이후부터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몰락은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시장이 변화할 것을 예측하고 빠르게 기존 피처폰 사업을 스마트폰 사업으로 전환해 갤럭시 시리즈를 출시하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LG전자는 그때까지만해도 프리미엄 레벨 피처폰 등으로 스마트폰과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펼쳤고, 2010년 2분기 기준 전년 동기 영업익이 90% 하락하며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뒤늦게 스마트폰 사업을 따라가기 위해 ‘G5’ 등의 모델을 내놨지만, 시장 선점 효과, 부족한 퀄리티 등으로 옛 피처폰의 영광을 되찾지 못했다. 

◇ 모바일사업 철수, “적자 크게 줄어 LG전자에 긍정적”

다만 이번 모바일 사업부 철수가 LG전자에게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막대한 적자를 내던 모바일 사업부가 철수할 경우, 오히려 회사 측 손해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

LG전자 역시 “이번 MC사업(모바일 부문) 종료로 단기적으로는 전사 매출액의 감소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 모바일 사업부의 적자는 천문학적인 수준이었다. 지난 2015년 2분기 이후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매해 약 1조원에 육박했으며, 6년간 누적 손실액을 따져보면 무려 5조원에 이른다. 한 해 평균 영업익이 2~3조원 수준인 LG전자에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규모다.

키움증권 김지산 연구원도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한계에 도달했고, 전략적 판단 시점이 도래했다”며 “2015년 이후 6년간 4조7,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공통 비용을 감안한 손실 규모는 그 이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 김록호 연구원은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 철수가 적자 축소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하기 때문에 향후 실적은 물론 주가에도 긍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LG전자의 모바일 사업부 철수는 LG전자 자체엔 긍정적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막대한 적자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투자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가 애플과 협력해 '애플카'를 생산할 수 있다는 희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 화제의 ‘애플카’ 생산 가능성도 LG전자에 호재

또한 부진했던 모바일 사업에 투자되던 인적·물적 자원을 자동차 전장사업,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 투자할 수 있게된 것도 LG전자에게 긍정적이다.

실제로 LG전자는 캐나다 전기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 상태다. 지난 24일 주주총회에서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차량부품(VS) 사업본부의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 물적분할도 승인했다. 

물적분할된 사업 단위는 △모터·전력(PE) △배터리 히터 △고전력 분배모듈(HPDM) △파워 릴레이 어셈블리(PRA) △ DC충전 상자 △배터리·배터리팩 구성 등이다. LG전자는 3,700여명의 모바일 사업부 인력 재배치를 위한 준비에 착수 중인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배터리, 가전 등에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 총 1,000여명을 합작법인으로 이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에서 ICT분야 최고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는 ‘애플카’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올해 LG전자의 사업전망에 장밋빛을 더하는 요소 중 하나다. 

지난 1일 애플 특허 전문사이트 Patently apple에 따르면 마그나 인터내셔널 CEO 스와미 코타기리는 지난달 29일 자동차 협회 행사에서 “마그나는 애플의 전기자동차를 생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애플과 협력해야 할 경우, 제조공장을 기꺼이 확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이 발표된 후 LG전자의 주가 역시 급등했다. 지난달 30일 LG전자의 주가는 전날 대비 8.19% 상승한 15만2,000원에 마감했으며, 5일 12시 29분 기준 15만8,000원까지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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