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판 뉴딜, 그린에너지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전북 부안군 위도 근처의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도착해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판 뉴딜, 그린에너지 현장방문’의 일환으로 전북 부안군 위도 근처의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도착해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정호 기자  환경부 출입기자로 일하던 2009년 12월의 일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코펜하겐 당사국 총회 기조연설’에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성장률과 맞물리기 때문에 당시 경제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BAU 대비 30% 감축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환경단체 한 활동가는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종이컵 안 쓰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등 각자 스스로 탄소 제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과격하게 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국민들이 피땀 흘려 노력해 탄소 절감했는데 제철소 가동 한 번이면 무용지물”이라는 그 활동가 한 마디 말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약속한 2020년,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뉴딜’을 선언하며 △탄소제로 △신재생에너지 △탈원전 등을 앞세워 환경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문 정부는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을 상대로는 석탄발전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전이 투자한 인도네이시아 자와9‧10호기가 본 가동을 시작하면 대기오염이 극도로 악화될 것이라는 게 현지 및 우리나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우리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어가며 그린뉴딜에 동참해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해도 자와9‧10호기 1년 가동으로 그 노력들은 헛수고가 된다. 지난 1월 한전은 또 베트남 붕앙 지역 석탄발전소 사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문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린뉴딜’을 외치며 사모펀드까지 조성했지만,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개도국에는 환경파괴의 주범인 석탄발전소를 지어주고 있다.

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신남방 정책의 간극을 누가 줄일 수 있을까? 답은 ‘국회’ 밖에 없다. 그러나 문 정부는 거대 여당의 대대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나 몰라라 식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중소벤처위원회 소속 의원실(더불어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감 당시 산업통산자원부에서 해외 석탄발전소 건에 대해 다루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었다”고 귀띔했다. 산업통산자원부의 노력 때문인지 지난 국감 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에 대해 크게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소속 정무위원회 의원들이 “왜 국책 금융기관들이 한전의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투자하느냐”며 들고 일어섰다.

통상적으로 현 정권이 진행하는 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야권에서 질타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이 문제제기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그만큼 당‧정‧청조차도 ‘그린뉴딜’이라는 이름 이면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셈이다.

인도네이시아 자와9‧10호기 석탄발전소,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발전소 사업에 한전은 국가 예산 약 600억원을 지원받아 지분을 매입하고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을 동원해 투자하게 만들었다. 이 사업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기 위해선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서류 분석해야만 한다. 자와9‧10호기는 예타를 두 번 받아 서류만 총 700장 이상에 달한다. 붕앙 예타 서류는 450여 장이다. 이렇게 1,000장이 넘는 서류를 검토하느라 눈이 아프고, 기사를 기다리는 데스크의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그럼에도 기자는 앞으로 더 많은 자료를 출력하고 분석하며, 정부의 환경정책 감시할 생각이다. 올 10월 다가올 국감, 과연 문재인 정권의 그린뉴딜 ‘이면’에 누가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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