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 ‘K-뷰티’의 주역이었던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위기를 맞이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의 모습. /뉴시스
2000년대 초반 ‘K-뷰티’의 주역이었던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위기를 맞이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매장의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남빛하늘 기자  2000년대 초반 ‘K-뷰티’의 주역이었던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위기를 맞이했다. 대·내외 환경 변화 영향으로 화장품 사업의 부진이 계속되자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다양한 카테고리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나섰다.

◇ 사드에 코로나19… 로드숍, 실적 부진에 줄줄이 폐업

K-뷰티를 앞세우며 전성기를 구가하던 국내 화장품 로드숍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대표적인 1세대 로드숍 브랜드로는 토니모리를 비롯해 에이블씨엔씨 ‘미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8,000억원에서 2017년 2조290억원, 2019년 1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2017년 중국과의 사드(THH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친 영향이다.

이들의 위기는 실적에서 직감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토니모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05% 감소한 1,135억원을, 영업손실은 255억원으로 9,184%가량 증가하며 대규모 적자폭을 기록했다.

에이블씨엔씨도 전년보다 27.9% 줄어든 3,04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한 660억원이었다. 또 이니스프리는 3,486억원(전년 동기 대비 -37%)의 매출과 70억원(-89%)의 영업이익을, 에뛰드는 38% 감소한 1,1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으로 인한 폐점도 이어졌다. 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토니모리의 매장수(직영·가맹)는 2019년 517개에서 2020년 452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샤는 550개에서 400여개로, 더페이스샵은 598개에서 454개로 줄었다. 이니스프리(920개→656개)와 에뛰드(275개→162개)는 각각 264개, 113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 ‘신사업’ ‘신제품’… 위기탈출 고군분투 

이런 가운데, 화장품 로드숍 업체들은 새로운 사업 시장에 눈을 돌리거나 신제품을 출시에 열중하는 등 ‘위기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최근 반려동물 단미사료 제조·유통업체인 오션을 인수, 펫푸드 시장에 진출했다. 신사업을 통해 실적 부진 늪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K-뷰티 붐으로 단련한 토니모리 해외 인프라를 오션에 적용해 전세계에 K-펫푸드 붐을 일으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에이블씨엔씨는 올해 1월부터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웅녀의 신전’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웅녀의 신전은 웅녀가 동굴에서 쑥과 마늘을 먹고 여자가 됐다는 ‘단군신화’에서 착안한 콘셉트를 매장에 적용해 쑥을 원료로 한 음료를 판매한다. 특히 미샤 대표 제품인 ‘개똥쑥’ 라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알려진다.

LG생활건강은 원브랜드숍이었던 더페이스샵을 뷰티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고 있다. 네이처컬렉션은 ‘닥터벨머’ ‘예화담’ ‘fmgt’ ‘수려한’ ‘이자녹스’ 등 LG생활건강 및 더페이스샵의 다양한 뷰티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가맹정과의 상생을 위해 2019년 6월부터 쇼핑 서비스를 중단했던 직영 온라인몰을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개편해 2020년 7월 1일 정식 오픈했다”며 “비대면 소비 트렌드의 급부상으로 고객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맹점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사업 방향으로 “강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각 브랜드의 고유 가치와 시대 정신을 반영한 ‘엔진 프로덕트(Engine Product)’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브랜드를 완성해 나갈 계획이다.

가장 먼저 ‘집중 육성’에 들어간 제품은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라인 ‘그린티 씨드 세럼’으로, 지난 2014년, 2018년 두 번의 업그레이드를 한 데 이어 새로운 콘셉트의 성분을 함유한 ‘NEW 그린티 씨드 세럼’을 지난달 출시했다.

에뛰드도 올해 들어 ‘순정 약산성 시카 토너’ ‘순정 약산성 시카 패드’ ‘플레이 아이즈 미니 오브제’ ‘픽싱 틴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또 ‘허쉬 키세스 컬렉션’ 출시와 함께 브랜드 모델로 골든차일드 최보민을 발탁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공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 ‘랄라블라’ ‘롭스’ 등 H&B(헬스앤뷰티)스토어의 성장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연 오프라인 점포에만 공을 들이던 화장품 로드숍들이 H&B스토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